[김국헌의 직필] ‘정치적 천재’ 달라이 라마와 중국 군관의 ‘호사’

달라이 라마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수(元首)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태국의 푸미폰 국왕도 그에 못 미친다. 더욱이 아직도 건강하며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그가 2년전 미국방문 중에 던진 화두, “중국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한마디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치명적으로 후벼낸 것이다.

미국 방문 때 달라이 라마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다. 21발의 예포도 없고 국빈만찬도 없었지만, 환생한 부처가 그 무슨 그런 것들이 필요하겠는가? 중국으로서는 대만에 미제 무기가 들어가는 것이나, 위안화 절상을 요구받는 정도는 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충격’이요 ‘위기’다. 중국의 국가목표의 제1우선순위는 안보도 아니고 부국강병도 아니다. 그것은 제국의 해체를 막는 일이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독립을 요구하지 않고 명실상부한 자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이것도 일체 거부하고 있다. 왜냐하면 12억의 한족에 비하면 600만의 티베트인들은 시간이 가면 녹여 없앨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내 대부분의 소수민족은 정체성을 잃고 사라져가고 있지만, 티베트와 위구르는 그렇게 쉽게 녹아 없어지지 않는다. 불교와 이슬람교가 이들의 뼈와 살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건실한 규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위민정치를 하게 되면 당의 장악력이 흔들리지 않을 것을 기대하고 이 방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진핑 이전의 후진타오, 원자바오는 물론 앞서 장쩌민, 주룽지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우수하고 헌신적인 리더십을 가졌다. 그러나 독재는 독재다. 강희 옹정 건륭이 살아온다고 하더라도 싫다는, 민주주의의 균에 오염된 어린 백성들의 요구는 갈수록 세차지게 마련이다.

상층부의 자기정화 노력은 인정할 만하지만 13억의 나라를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수백만 당간부들의 권력독점은 필연적으로 부패와 안일무사를 낳게 마련이다. 한중 군사교류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 알게 된 일이다. 군구사령원 밑에 부사령원이 4명, 거기에 정치주임 밑에 부정치주임이 4명, 참모장 밑에 부참모장이 4명, 참으로 ‘대군’다웠다. 거기에 장령의 정년은 65세인데, 예편 이후에도 부관 차량 간호장교가 붙어서 시중을 들며, 군복도 그대로 입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현행 업무만이 면제되고 모든 수당과 영전 및 편의는 현역 때 그대로라고 한다.

참모총장 이임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사복으로 갈아입고 프라이드 자가용으로 계룡대를 나서던 남재준 대장(현 국정원장)의 결기어린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중국군 군관들이 누리는 호사는 바로 중국공산당 독재의 버팀목이 인민해방군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의 독재는 등소평의 4대 기본노선의 하나이다. 중국에 민주주의를 도입하라는 달라이 라마의 요구는, 사실 티베트 독립을 위한 가장 확실한 담보이다. 소련의 해체는 소련공산당의 몰락에 의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이 점에서 달라이 라마는 정치적 천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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