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과학전공 박근혜가 나로호 성공에서 배워야 할 것들

나로호 발사가 성공함에 따라 한국도 북한에 이어 세계에서 11번째로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강국이 되었다.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주추진력인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만든 것으로 정작 축하할 것은 한국 돈으로 자신의 로켓을 시험할 수 있었던 러시아라고 쓴소리를 뱉어내는 언론도 있다. 한국은 경제력에서 북한의 40배가 넘는다. 그러나 미사일 핵 등 핵심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왜 북한에 비해 유독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가?

과학기술 발전은 절대로 일조일석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정치가가 밀어 붙여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북한은 70년대에 이란의 소련제 스커드미사일을 분해·조립하는 역설계(逆設計)로 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북한의 공업수준은 해방 전부터 일제가 만주 침략의 전초기지로 만든 흥남질소비료공장 등이 있어 남한에 비해 앞선 부분이 많았다. 1950년대 김일성은 소련과 동구권에 많은 유학생을 보냈는데 여기서 길러진 과학기술 인력이 북한 미사일 핵개발의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과학기술은 1970년대 박정희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과학기술원(KIST)D을 만들면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였다.

동맹국 간에도 핵심 군사과학기술은 철저히 비밀이다. 오늘날 미국의 초현대무기는 굉장히 고가이다. 이제는 역설계를 해서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 분해를 하면 바로 표가 나게끔 되어 있어 미국의 항의를 받고 보복을 받는다. 따라서 첨단무기는 아무리 시간이 걸리고 돈이 들더라도 국산화해야 한다. 일본이 근대국가로 발돋움하던 명치(明治)시대 구미 각국에 많은 유학생들을 보내 선진기술을 배워왔다. 독일에서는 특히, 강철에 관한 기술을 얻으려 했다.

강철의 비법은 담금질의 열처리에 있다. 일본은 이를 알아내기 위해 최고의 기계 기술자를 보냈다. 이 기술자는 크루프 대포 공장을 돌아보던 중 일부러 미끄러져 손에 물을 적셔 열처리 물의 온도를 알아내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독일 당국은 국가기밀을 훔친 것이라고 하여 그 일본인의 손목을 자르고 추방하였다. 그러나 열처리의 핵심은 알아낸 후였다. 이 기술자의 희생으로 일본의 금속공업은 한 단계 높은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국가발전에는 군인뿐만이 아니라 과학자 기술자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지난?정부에서 몇년까지 로켓을 올리도록 하라는 주문에 맞추다보니 우주발사체(space launch vehicle)는 러시아 로켓을 들여왔다. 포병장교 출신인 박정희와 신응균이라면 과학기술에서는 이러한 무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얻어진 기술적 성과는 적지 않고 이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학자, 기술자와 관련 프로젝트 매니저들의 노고에는 치하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1단 로켓은 우리가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우주과학기술의 현 주소다.

과학을 전공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러한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말기를 바란다. 박정희 대통령이 얼마나 치밀하게 과학기술 개발을 지도하고 독려·격려하였는가를 돌아보기 바란다. 대덕연구단지를 만들어 해외 과학자들을 유치할 때 대우와 연구 환경은 파격적이었다. 한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에 대한 뭉클한 비원이 잘 담겨져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부지런히 아버지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 준비되었다고?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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