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북의 ‘하이브리드전략’에 맞설 대전략은?

1950년 북한의 남침이 개시된 5일째 되는 6월29일 B-29 27대가 평양을 공습하였다. 이는 6월28일 서울 점령으로 환희하고 있던 북한당국에 찬물을 끼얹는 충격이었고 전쟁의 전도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는 마치 태평양전쟁에서 진주만 기습으로 미 태평양함대를 일거에 격파하고 환호 작약하던 일본군벌이 그로부터 불과 몇 달 만에 Doolittle 중령이 지휘하는 미공군 폭격기 전대의 동경 공습에 혼을 잃고 군벌은 물론 국민들까지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가졌던 사례와 비슷하다.

1950년 8월 왜관에 집결?낙동강을 도하하려던 북한군은 B-29 99대에 의한 융단폭격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는 당시 북한군이 촬영한 기록영화에 생생하게 나와 있는데 전장의 실상이 어떤 것인가를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 B-52가 휴전선 상공을 비행하면서 특전용사의 미루나무 절단을 엄호하며 전파교란(재밍)을 걸자 혼비백산하여 정전 이래 최초이자 유일하게 김일성이 유감을 표했던 적이 있다. 이번 키리졸브 훈련 기간에 B-52가 폭격훈련을 하자 북한이 1호 전투준비태세를 내렸다느니 뭐니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며 북한은 미군의 폭격기에 공포를 가지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간취(看取)하게 된다. 이번 훈련에는 B-2 스텔스 폭격기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지자 북한군은 더욱 경악하였을 것이다. 미국의 ‘확장억제’의 실상(實狀)이야말로 바로 이런 것이다.

북한이 핵공격 준비를 갖추었느니 뭐니 요란을 떠는 것은 공포감이 극도에 달했다는 반증이다. 각 부서별로 “벌초해 버린다느니” 하는 극단적이고 괴상한 표현을 만들어 내는 경쟁을 벌이고 남북군사통신선을 차단하고 남북관계가 전시상황에 돌입하였다는 도발의 위협순위를 계속 올리고 있는 등, (말로는) 최고의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를 벌어주는 절호의 통로인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하고 중국 관광객들에게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은 이런 극단적 긴장 고조와 상부(相符)하지 않는다. 김정은의 본색은 여기에 드러나 있다.

지금 북한은 일종의 하이브리드(hybrid) 전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시도 평시도 아닌, 유형 무형 도발의 합작이다. 한국은 물론 감히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계속하면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국지도발과 사이버 공격도 언제고 가능하다. 김정은의 장악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이 전략이 이 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도 미국도 지치게 만들고 중국도 귀찮게 만들어 돈을 뜯어내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남북관계의 교정기를 거친 정상화를 당분간 지속해 나가야 한다.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1992년 노태우 정부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맺은 것이 규준(規準)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의 명분과 전략은 여기에 다 나와 있다. 국민이 남북기본합의서에 확신을 갖도록 하고 미국과 중국도 이를 이해하고 지원하도록 전방위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오늘의 대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