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방부장관으로 재임명된 것은 역대 정부에 없었던 초유의 포석이다. 급박한 안보상황에서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이번에 정부조직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정부가 돈좌(頓挫)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지만 그 가운데서도 국가안보의 최일선이요 보루인 軍은 장관과 합참의장의 지휘 하에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에 신뢰와 기대가 크다.
이제는 이번에 구성된 외교안보팀이 NSC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육사 출신이 많다고 주장하는 것은 낮은 차원의 문제 제기다. 그러면 육해공 2:1:1로 되어야 공정하게 된 것인가? 그보다는 이들 육군 최고위 출신 멤버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이르렀는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DJ 당시 국방부, 합참, 연합사 근무 경험이 없이 육군본부 이하에서만 군 생활을 해온 장군을 합참의장으로 발탁하였다가 서해교전의 실패를 야기(惹起)한 한 이유가 되었는데 이는 통수권자의 책임이 크다. 문제를 제기하려면 이런 점을 지적하여야 한다. 이번에도 NSC의 외교·안보·통일 정책 전략을 조정·협조하는 역할을 하게 될 안보실장은 민간 전문가 중에서 한국의 키신저를 찾아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나아가 앞으로 총체적으로 정부가 잘 움직일 것인가를 살펴보자. 국무총리는 정부의 참모장(參謀長)이다. 법조인 출신의 정홍원 총리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낼지, 같은 법조인 출신이지만 김황식 총리만한 위상을 차지하고 그만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보자. 박근혜 정부의 특징은 관료 출신이 많다는 것이다. “일은 해본 사람이 하도록 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론은 옳다. 그러나 관료 출신의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을 잘 헤아리는 가운데 취장보단(取長補短)하는 운용(運用)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관료 출신의 생리와 행태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강봉균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언은 특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관료는 대체로 자기 분야가 아닌 일에 가급적 간여하지 않으려하는 생리가 몸에 배어 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장관들로 구성된 국무회의가 활발하고 국정 토론의 장이 되기는 힘들며 자칫하면 요식행위(rubber stamp)가 되고 말 것이 우려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차관회의의 기능과 책임이 더욱 무거워진다. 차관은 관료의 최고봉으로 소관부처의 업무에 정통해 있을 뿐 아니라 부처간 협의도 대부분 차관회의에서 이루어진다. 직접적으로 간여되지 않는 부분에 공연히 나서기를 사리는 것은 차관회의에서도 여전하나, 대통령이 임석한 국무회의보다는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또 그렇게 되도록 CABINET SECRETARY의 역할을 하는 국무조정실장의 역할이 무겁다.
박근혜 정부의 면면을 보면 어떻게 나가리라는 것은 대충 짐작이 가는데 잘 안될 경우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해야 할 국회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울 것은 이번에 여야협상에서 드러난 리더십과 정치력의 한계로 보아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목탁의 역할을 해야 할 언론과 시민단체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진다. 그 가운데서도 언론계 중진의 어깨가 무겁다. 이제는 사회가 정부를 걱정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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