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대 신기욱 박사는 “북핵 해결은 누구의 문제도 아닌 한국의 문제이다.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고 미국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해서 전해왔다. 신 박사는 미국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한국의 입장도 전해줄 수 있는 정확한 입장에 있다. 우리는 신 박사의 이 판단과 충고를 정말로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북핵문제는 궁극적으로 북한체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해결될 수 있다. 단, 이것이 북한체제의 붕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세계로 나오는 것이 바로 ‘북한체제의 변화’라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북한의 핵에 대한 인식-망집(妄執)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을 목표를 삼자. ‘핵을 가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미신’을 깨뜨려야 한다. 핵보유국에 다가섰다고 하는데 이것으로?형편이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 오히려 핵을 가진 것이 ‘모든 고통의 근원’이지 않았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원해준 70억달러를 다른 데에 썼더라면? 김정은이 이를 뼈아프게 깨닫는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체제의 변화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를 위한 과도기 겸 교정기였다.
유엔 안보리와 EU, 한미일의 제재가 조여 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혈맹 중국을 믿고 있는 모양이나 중국 민중들 사이에 “북한은 우리 코앞에서 핵실험을 하는데 우리는 북한 대사관 앞에서 시위도 못하느냐”는 외침이 터져 나오는 것이 무섭지도 않은가? 중국 지도부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대북제재 동참을 호소(request)할 것이 아니라 요구(demand)해야 한다. 건전한 한중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오로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 역할에 달려 있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와 인민에 다같이 계몽시켜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핵이 해결될 때까지’ 한미연합사 해체를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미국은 북한과 수교한다. 북미수교는 북한이 정상적 세계로 나오는 것을 보증하는 가장 확실한 담보다. 그때까지 미국은 북한과 (핵군축협상을 비롯하여) 모든 접촉을 차단하고 북한은 오직 한국을 통해서만 미국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한다.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은 북미수교 이후에 한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에 관한 정전협정이 평화조약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1972년 수교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북한이 남한 적화의 미련을 추호도 가지지 못하도록 우리 내부에 창궐하고 있는 종양인 ‘종북분자’를 확실히 처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김일성가의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한국의 젖과 꿀이 우리 것이 된다’는 환상을 가질 수도 있었다. 한미연합사의 해체가 눈앞에 다가오고 청와대 회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북에 전달되는 상황에서 누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제 박근혜정부에서 그런 미망을 가질 여유는 아득히 멀어졌다.
보다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한국판 마샬플랜’을 북한 주민들에게 속속들이 전파해야 한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김정은 일가가 아니라 인민들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 이것이 북핵문제에 대해 ‘한국이 중심이 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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