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안보·통일 아우르는 ‘국가안보실’로 대전략 수립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통합 대통령이 되는 것도 중요하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이 안보와 통일을 아우르는 대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국가안보실을 둔다고 하는 것은 이를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국가안보실은 미국의 NSC를 효시로 하는데 우리도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운영한 경험이 있으니 이를 참고로 하여 운영의 묘를 기해야 할 것이다.
NSC는 대외정책, 대내정책, 군사정책을 각 부처와 기관 차원이 아니라 대통령의 차원과 입장에서 사고하고 구상하는 국가안보일반참모부이다. 그 핵심은 안보보좌관인데? 안보보좌관은 대통령의 비전과 철학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각 부처의 전문성에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닉슨 대통령 당시의 키신저가 전형이고 우리도 노태우 당시의 김종휘, 김대중의 임동원, 노무현의 이종석 등이 이들 대통령의 수뇌(首腦)요 고굉(股肱)이었다. 키신저, 임동원, 이종석 등은 기존의 부처를 압도한 스타였다는 점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에서는 걸프전 당시 부시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정직한 중재자‘ 스크로우크로프트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임동원은 중정 창설 멤버였고, 군에서는 이병형 장군의 수하에서 율곡계획을 입안하였으며, 외무부에서는 호주와 나이지리아 대사, 외교안보원장 등을 지냈고, 통일부 차관으로서 남북고위급 회담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등 외교·안보·통일 전 분야에 걸친 그의 경력과 자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무엇보다도 대북문제에 관해 김대중과 깊은 교감을 가지고 있었다. 임동원 수석 시절? NSC는 사실상 임동원의 ‘봉숭아학당’이었다. 훌륭한 안보보좌관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나, 이렇게 한사람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곤란하다. 여기에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누군가 악역(devil’s role)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구성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결국 대통령의 몫으로서, 경제에 있어 남덕우 총리와 같은 와이즈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원로가 박근혜 대통령도 반드시 필요하다.
NSC가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아니라 최고안보참모기구가 되는데 필수적인 것은 정예화된 참모조직의 존재이다. 이 조직은 각 기관의 대표자로서보다 NSC 조직의 일원이라는 정체성(identity)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당시의 전략기획실, 정책조정실은 이 기능을 비교적 효율적으로 수행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체의 참모조직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책의 조정과 통제에 있어서의 역할과 기능의 강화이지, 정책구상과 집행은 가급적 각 부처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즉 line과 staff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레이건 대통령 당시 국무성, 국방성, CIA에 맡기기가 껄끄러운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 NSC 직속으로 있었는데 이란 콘트라 사건의 배후에 있는 노스 중령의 특별행동그룹이 그것이다. 사건이 불거지자 Tower?Commission에 의해 NSC에 대한 대대적 검토가 이루어졌는데 레이건 대통령이 사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노무현과 이종석이 NSC를 사실상 super ministry로 운영한 것도 이와 같은 폐해를 낳았다.
박정희는 본격적 NSC를 운영하지 않고서도 혼자서 국가전략을 경락(經略)할 수 있는 대전략가였다. 이제는 그런 시기가 아니며, 그런 인물도 나올 수 없다. 모쪼록 박근혜 대통령이 훌륭한 국가안보실의 보좌를 받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못지않은 대전략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