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차안에서 ‘하회’ 기다리는 인수위원장···’무엇을, 어떻게’가 해답이다

1960년대 영어 참고서로 유명하던 유진의 구문론(構文論)에 인용되었던 말이다. “무엇이든지 존재하는 것은 옳다.” 모든 존재와 생명을 귀중히 여겨야 된다는 대단히 철학적인 말이지만 현존 조직과 제도를 없애는 데는 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혜로 원용(援用)할 수도 있다. “There are too many ‘buts’ in this imperfect world.” 이 불완전한 세상에는 너무도 ‘그러나’ 라는 말이 많다는 것인데 이 역시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를 없앨 때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오늘이 올 줄 알았다. 과학기술부는 박정희 대통령의 특지(特指)에 의해 창설되어 참으로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해왔다. 박근혜의 미래창조과학부는 박정희의 과기부와 동일선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원자력연구원이 일찍이 1950년대에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승만은 그 시대에 이미 원자력의 국가적 활용의 중요성을 이해한 선각자였다.

경찰대학 정원을 반으로 줄인다는 안이 있다. 경찰대학 출신은 간부후보생이 장교의 골간을 형성하던 시기에 육사출신들이 당하던 경계와 질시를 똑같이 받는구나하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온다. 앞으로는 사범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국·영·수 교사가 되지 못하도록 한다고 한다. 군인을 하려면 육사를 나와야 하고 선생을 하려면 서울대 사대를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육사와 서울대 사대 중심으로 군과 교육계가 발전해 나간다면 좋은 일이나 이들이 기득권의 울타리를 치고 잠재적 경쟁자를 밀어내기에 바쁘다면 이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존재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니 이를 없애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관학교 졸업생 중 일정 숫자를 공무원으로 진출시켜 활용한다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생각으로 육사교장이었던 정승화 장군이 추진한 것이다. 이를 노태우 정부에서 폐지해버렸다. 이를 존치하자고 변호할 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당시 이른바 ‘유신사무관’들을 써본 장차관들의 평은 높다. 무엇보다도 관료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고건이 내무장관과 서울시장 시절에 이들을 중용하였다. 관료사회의 주류는 고시출신이 되더라도 사관학교 출신으로 공무원 사회에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라도 효용이 큰 제도였다. 노태우는 이것으로 관료들의 지지를 받았을지 모르나 국가 대계라는 점에서는 잘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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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하는 정부는 하나같이 개혁을 하겠다고 의욕이 대단하였다. 개혁은 관료들에 맡길 수 없다고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수가 많은데 결국에는 자기 사람을 심는 구실로 전락하는 것이 통례였다. 결정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이 하는 것이다. 관료는 수단이요 통로(avenue) 이다. 이들을 활용하는 것은 온전히 대통령과 장관의 몫이다.

김영삼은 “이승만, 박정희의 독재는 나쁘다”,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겠다”는 권력의지 외에 국민의 뇌리에 남는 무엇을 보여주었던가? 대통령이 되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정치인의 준비 부족과 실패를 관료에 전가하는 것은 최악의 리더십이다. 차에 홀로 앉아 물끄러미 하회(下回)를 기다리고 있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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