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야당의 패배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공도 있지만, 친노그룹의 치명적 패착이었다. 그중에서도 일등공신은 한명숙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서 태극기를 밟고 홍소(哄笑)하고 있는 사진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지켜온 국민들을 전율시켰다. 이것은 한명숙이 정치적 센스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대선 때 수훈 갑(殊勳 甲)은 이정희다. ‘질래야 질 수가 없는 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한 것은 자업자득이었다.
대선에서 박근혜에 50~60대가 몰려간 것은 ‘구국의 궐기’였다. 이들은 박근혜를 보고 찍은 것이 아니라 박정희를 보고 찍은 것이다. “어떻게 이룩한 조국근대화인데?”하며 여권 후보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박근혜의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굳이 박 캠프가 아니더라도 구국운동 차원에서 박근혜 지지 확산에 음으로 양으로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성립한 후에도 무슨 보상을 바라지는 않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것은 인간사에 흔한 일이다. 이들은 이를 너무도 잘 알기에 최근 박근혜 정부의 움직임에 서운해 하지 않는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잘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친박 가운데도 이러한 정서는 깊숙한 것 같다. 그러다 잘못되어 광우병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손을 내밀어주는 것은 이들 밖에 없다. 바로 김무성 같은 이다. 그러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 현재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출범한 지 한달 밖에 안 되는 기간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사의 패착으로 박근혜 정부의 실력은 이미 낱낱이 드러난 상황이다. 호민(豪民)들은 때만 노리고 있다.
백승주 국방차관 임명···대위를 사단장에 앉힌 격
차관인사가 발표되었다. 백승주 신임 국방부 차관은 국방부 차관 후보 100명 가운데도 낄 수 없는, 도무지 생각조차 할 수 없는(unthinkable) 선택이다. 군에서는 아무리 유능해도 일개 대위를 사단장을 시키지는 않는다. 민간출신의 이수휴?차관 등은 이미 인정받은 고위 정통관료 출신이었다. 백승주는 도무지 부처간 협의에도 끼지 못할 주니어다. 김대중 정부건 이명박 정부에서건 텔레비전에 나가서 다종다양한(?) 대북정책을 대변해왔던 한 명의 대북전문가에 불과하다. 백승주 박사를 이렇게 함부로 부려먹던 국방부의 국장과 실장들, 특히 정책실의 국과장 실무자들은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한마디로 이런 종류의 인사는 국방부 조직을 풍비박산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차관을 참모장으로 써야 할 장관만 힘들게 생겼다. 김관진 장관의 개인적 역량과 카리스마로 국방부는 어떻게든 돌아가겠지만 차관 하나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장관이 무슨 책임장관인가? 어떻게 이룩한 박근혜 정부인데 이렇게 허둥대는가? 이런 허약한 진용으로 어떻게 오바마와 시진핑을 상대할 것인가? 아니 아해(兒孩) 김정은을 상대하기에도 버겁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으나 통치력은 미지수라던 걱정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에 땅을 친다. 역시 아무리 희원(希願)하여도 현실세계에서 기적(奇蹟)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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