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장 내정자 남재준 장군에 대한 청문회가 준엄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가정보 수장으로서 심신의 건강은 중요한 청문 대상이라는 이유로 세밀한 건강기록부를 제출하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를 매우 엄격하게 요구하는 모양이다. 혈액형이 A형인가 B형인가도 묻는다. 이를 보다 못해 산전수전 다 겪은 유인태 의원이 국정원장의 건강상태가 중요하다고 해서 혈액형도 알아야 되겠느냐고 의원들을 제지하고 나섰다. 역시 범인(凡人)들과는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
또 농지를 구입하여 실제로 농사를 지었는가를 알기 위해 고속도로 이용자료를 제출하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질문은 문제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군생활의 대부분을 지휘관과 작전계통에 근무한 남재준 장군은 정위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갈 수 없다. 비상시기에 해공군 참모총장들이 골프를 쳤다고 하여 난리가 벌어졌지만 군인은 정식휴가를 받기 전에는 항상 통신축선(通信軸線)에 위치하여야 한다. 헬기로 이동 중에도 통신시설이 완벽히 갖추어져 항상 즉응조치가 가능해야 한다. 천안함 폭침이 벌어진 시각에 합참의장이 KTX를 타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작전계통에서 제외되어 있는 참모총장이라면 휴대폰으로도 필요한 조치는 취할 수 있다. 이것도 엄격히 말하면 위험하다. 세계의 통신첩보를 수집하는 미국의 NSA는 이런 것을 죄다 잡아낼 수 있다. 북한이나 중국, 일본의 정보기관도 이보다는 못하겠지만 한국 참모총장의 동선 정도는 잡아낼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국가안보 일선에 있는 직위자는 항상 이와 같은 적의 능력에 노출되어 있다고 의심하고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한 가운데 행동해야 한다. 따라서 완벽한 보안조치가 되어 있지 않은 통신설비에 의존하면서 두 시간 이상 기차로 이동한 당시 이상의 의장은 합참의장으로서 기본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천안함 폭침에서 드러난 우리의 허점은 이러한 여러 측면에서 반성하고 보완해야 한다. 그러므로 남재준 장군이 농사를 지었느냐를 굳이 캐묻는 것은 적절한 것이 아니다. 은퇴 후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위해서 장만했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다. 이것으로 검증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끝난다. 이대로 좋은가? 국회의원에 대한 점검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우선은 선거구민들이 제대로 알아야 하지만, 일단 국회에는 들어 왔다 하더라도 문제가 제기된 의원에 대해서는 윤리위에서 철저한 자격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자격심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의원들이 동료를 감싸고 나서면 방법이 없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상청문회(紙上聽聞會)다. 한때 우리 국민의 자랑이요 희망이었던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정확하지 않음을 밝혀낸 것도 언론의 추적이었다. 국회의원 가운데는 박사를 취득하고 교수를 하다가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 예일 대학 박사를 자칭하던 모 여류가 들통이 나서 하루아침에 몰락하던 일이 새롭고 강남의 거대교회의 목사가 논문표절이 드러나 설교를 못하는 징계를 받았다. 박사학위가 있는 국회의원들도 이런 것을 하나하나 캐보자.
마지막 구제처는 시민운동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통하여 세계는 더욱 민주화되었다. 국회의원에 대한 자발적이고 엄중한 검증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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