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육부장관이 박사논문을 표절해 장관직에서 사임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교수같이 다른 사람의 논문에서 틀린 부분까지 베끼는 복사(複寫)를 하였는지 전후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학문의 나라 독일에서는 절대로 용인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납세에 특별히 엄격하다. 탈세가 발견되면 일생 동안 신용거래를 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인생은 끝이다. 알 카포네같이 지하로 들어간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한국에서는 병역에 관해 유달리 예민하다. 강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이 아들의 병역문제로 낙마한 소동을 겪은 뒤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저항감이 무척 크다. 아직도 정전상황에 있는 나라로서 병역에 대한 강조는 다행이라고 하겠지만 실제로는 빈 구석이 적지 않다. MB가 병역미필자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국민들은 이명박을 최고의 공직인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청문회를 제대로 안한 것이 아닌가? 그보다는 하필이면 죄다 병역을 제대로 필하지 못한 사람들을 안보장관에 앉힌 인사가 틀렸기 때문일 것이다. 천안함 폭침같이 엄청난 위기가 닥쳤는데 국방부장관을 제외하고는 전부 병역미필자들이 둘러앉아 ‘콩이니 팥이니’ 하고 있는 것을 보는 국민들이 부아가 터졌을 것이다.
육사에서는 엄격한 명예제도가 있어 시험부정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단 시험부정을 했다는 것을 양심보고 하면 용서된다. 천주교의 고해성사(告解聖事)와 같다. 이렇게 철저한 교육을 받고 나온 생도들도 나와서 사회에 물들면 낯 간지러운 짓을 저지르는 일도 있다. 젖 먹던 때에 죄 지은 일이 없던가를 생각하게 된다는 아우성이 나오도록 마구 뒤져서 자베르 형사같이 일생을 쫓아다니는 청문회를 할 것인가? “To err is human, to forgive is divine.” 이라고 하지만 신도 아니면서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 아닐는지?
프랑스의 유명한 외교관 탈레랑은 나폴레옹 제정에도 참여하였으나 나폴레옹 이후의 유럽 질서를 결정지은 비엔나회의에 참여하여 프랑스의 국익을 지키는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였다. 전 정권에서 쓰이던 사람이라고 하여 제외하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인재는 키워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떠오르는 사람을 어떻게든 깎아 내버려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Very British Coup> 라는 영국 영화를 보면 노동당 출신의 수상을 실각시키기 위해 MI-5가 수상의 부정(不貞)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한다. 수상은 그 위협에 굴복을 거부하고 텔레비전에 나가 오래전 유부녀와 부정이 있었음을 국민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어 위기를 넘기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이토록 멋있게 문제처리를 해봄직도 하지 않은가?
청문회가 공직의 분위기를 다잡는데 기여한 것은 인정하나,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노태우는 연좌제를 없애서 좌익활동을 하던 사람의 자식들이 공직에 나오지 못하던 한(恨)을 풀어주었다. 아들과 손자의 재산 형성까지 들여다본다는 것은 현대판 연좌제요 주홍글씨는 아닐지? 모두들 엄중하면서도 생산적인 인사청문회가 되도록 지혜(智慧)와 도량(度量)을 강구(講究)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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