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 대한 유럽인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유럽대외관계이사회는 EU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스페인은 72%, 영국은 69%, 이탈리아는 53%, 독일은 59%, 프랑스는 56%, 이탈리아는 53%, 폴란드는 42%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EU의 역할과 능력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EU COMMISSION의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긴축정책은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의 기승으로 위협받고 있으며 성과는 경제·사회적 한계에 봉착했다고 비관하였다. 영국의 캐머런 수상은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면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그동안 유럽의 경제·사회적 통합을 지향해온 EU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대처는 기본적으로 EC(EU의 전신)가 개별국가들의 공동체를 넘어 하나의 연방국가 형태로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각국이 각자의 독자성을 가질 때 유럽은 전체로서 보다 강력해질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We believe in a free Europe, not in a standardized Europe. Diminish variety within the member states and you impoverish the whole community.
EC를 보다 강력한 경제연합으로 강화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치는 단일통화(Single Currency)와 단일 경제정책이었는데 대처는 공동통화(Common Currency)에 대해서는 지지할 수 있으나 단일통화는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단일통화와 이를 관리하기 위한 유럽 중앙은행의 설립은 필연적으로 건전한 통화와 다른 나라들의 악성 통화를 혼합하게 됨으로써 결국 건전통화를 교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처의 유럽정책은 영국의 전통적인 대유럽정책인 세력균형(balance of power)뿐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유지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정치철학에 입각하고 있다. 대처의 정치철학은 기본적으로 Edmond Buke 류의 Conservatism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상적인 슬로건과 과격한 행동보다는 현실과 경험에 입각한 진보를 선호하였다. 대처는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은 하나의 환상이며 인류사에 엄청난 비극을 가져온 1917년의 볼세비키 혁명의 전조이기도 하였다고 비판하였다. 인류의 역사가 프랑스 혁명에 의해 획기적으로 진보하고 이때로부터 자유, 평등, 박애의 시대가 열렸다고 보는 것은 착오이며 영국에서는 이보다 먼저 적은 희생으로 자유의 확대와 사회의 진보를 이루었다고 자부하였다.
오늘날 유럽의 경제위기의 원인, 과정, 수습과정에서 포퓰리즘에 휘둘린 그리스가 유럽을 어떤 혼란에 몰아넣고 있는가 등을 분석해보면 단일통화와 통합된 경제정책을 지향해온 EU에 대한 대처의 선견지명이 드러난다. 현재 막강한 독일 경제력을 바탕으로 ‘엄격한 어머니의 역할’을 하며 유럽의 경제위기 극복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 독일 수상을 보면 30년 전의 대처를 떠올리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날 한국의 경제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고 창조경제로 한 걸음 도약하는 진군을 지휘함에 있어 대처와 메르켈에게서 지혜를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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