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가 북핵 위기 ‘방어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다고 전제하고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보자. 북한의 핵능력이 어느 단계인가를 알기 위해 차라리 기다려 본다는 입장까지도 있었던 것 같지만 이 상황이 한국 미국 중국에 다 같이 극히 곤혹스러운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절박한 민생을 해결할 수 있는 막대한 돈을 핵개발에 쏟아 넣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으며 북한이 언제라도 장(場) 밖으로 나오면 도울 수 있다는 무수한 설득과 압력이 있었으나, 북한 나름대로 주판을 튀겨본 결과로 여기까지 왔다는 현실을 정확히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 최고의 전문가이며 정책담당자였던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장관이 술회한 대로 1993년 1차 북한 핵위기가 북한 핵을 제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천금과 같은 시간과 달러를 벌어주었다. 경수로 건설 등으로 북한에 막대한 돈이 쏟아져 들어갔고 특히 북한이 핵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정치·전략 환경을 만들자는 소위 ‘피스메이커’들의 등장 이후 한미간 대응은 근본적으로 뒤틀렸다. 그 이후 외교적·경제적 당근과 채찍은, 총체적으로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이제 판정난 상태다.

6자회담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당사자 역할을 하기 바라는 데서부터 출발하였으나 이 인식과 기대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중국의 역할은 시종 소극적이고 제한적이었다. 아무리 핵문제가 위중하여도 북한이 국제사회 요구를 수용하게끔 치명적인 압력을 가할 용의는 없었다. 이제 북한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뀔 때까지 북한 핵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그렇다고 북한체제가 언제 붕괴될 것이냐를 놓고 기다린다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더욱이 현재 한국 미국 중국 등은 북한체제가 변화하지 않을 수 없도록 일관되고 조화된 협조를 하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한국이 비핵화선언을 포기하고 핵 그룹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며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 미군 전술핵을 반입하자는 것도 이미 전략핵을 보유하게 된 북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이 아니다. 전략은 의도보다도 능력이 우선이다. 북한이 미국의 확장억제를 무릅쓰고 한반도에서 핵을 사용할 의지가 있겠느냐를 가늠하는 것보다도 북한이 현재 갖춘 능력에 주목해야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5년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문제를 심중히 검토할 때가 되었다. 한미연합사는 한국군 단독으로가 아니라 한미연합으로 북한을 억제하고 싸워야 하는 전략태세를 견지하는 한, 가장 효과적인 연합작전지휘구조라는 것은 이미 검증되었다. 이에 비해 한국군 통수부가 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고 미군은 주한미군사령부가 지휘권을 갖고서 양자가 협조하는 공동방위태세는 하나의 옵션일 수는 있으나, 확고하게 검증된 체제는 아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점과 국군의 독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합사에 대한 의존을 억지로 줄이는 과감한 방법도 필요하다고 발분(發奮)하는 의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작전통제권 문제는, 무엇보다도 적의 군사위협과 우리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토대로 현실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북한 핵위협이 최고도에 달한 이 시점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한미연합사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다된 밥에 코 빠뜨리는’ 충격이 될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미연합사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 시점에서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경고가 될 수 있고 유효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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