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감사원은 누가 감사해야 하나”

감사원은 합의제기관이다. 세입·세출의 결산을 검사하여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는 주체는 감사원장이 아니라 감사원이다. 감사원장은 보고주체의 대표자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 업적의 하나로 자부하는 4대강사업에 대하여 1, 2차에 걸쳐 정반대 되는 감사결과를 낸 이유가 양건 원장이 차기 정부로부터 남은 임기를 보장받기 위한 것일 거라는 가십은 지나치다고 본다.?양건 원장은 감사원을 대표하여 짐을 졌을 뿐이다. 따라서 이런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서는 감사원 전체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특히, 감사원 직원들이 관련 부처에 반박하는 의사표시를 하지 말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감사원과 해당 부처가 각축하는 것은 관료사회에서 좀처럼 드문 일이다. 감사원은 모든 관료들에게 ‘갑’이다. 예우도 일반공무원에 비해 한 등급이 높다. 세계적으로 회계감사와 직무감사를 함께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도 제1공화국에서는 이 기능이 심계원과 감찰위원회로 나뉘어져 있었다. 더욱이 직무감사가 정책감사까지도 포함될 수 있는가 하는데 대해서는 한층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20년 전 김영삼 정부에서 최초로 전력증강사업(율곡사업)을 감사했다. 율곡사업은 (합참의장이 아니라) 합참본부장이 대통령에 직접 책임을 지고 추진하였다. 감사도 (국방부 소속이기는 하나) 대통령에 직보하는 특명검열단이 하였다. 박정희가 이러한 특단의 조치를 취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가안보에 관한 사안은 일반 행정과는 분리하여 대통령이 직접 관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율곡사업이 그때까지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았던 저간(這間)의 상황은 이런 이유가 있었다.

하나회 숙정으로 기세를 올린 김영삼은 율곡사업 감사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하였다. ‘대쪽판사’ 출신의 이회창은 자신의 명예를 걸고 집요하게 직원을 닦달하였고 감사원 직원도 최초로 율곡사업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호기심(?)과 공명심에서 필사적으로 달라붙었다. 그러나 정작 밝혀낸 것은 별로 없었다. 문자 그대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었다. 율곡사업이 밖에서 짐작하는 만큼 비리가 없었다는 점도 있었지만, 도대체 감사원 직원들이 전력증강을 감사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느냐 하는 근본적 문제점을 확인하였을 따름이다. 국방부 차관으로 온 사람이 전차와 장갑차도 구분 못하더라는 이야기는 어느 특정인에 한정된 것이 아나라 한국의 민간 엘리트의 군에 관한 상식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보기이다.

이렇듯이 고도의 전문성과 보안이 요구되는 군과 정보기관은 일반 행정기관에서 함부로 들여다 보아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이들의 자율에만 기대하고 놓아둘 수도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 선진국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사문위원회(査問委員會)를 설치한다. 이번 감사원과 관련부처 총리실의 갈등을 계기로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감사원은 누가, 어떻게, 감독할 것에 대한 범 정치권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키는 자를 누가 지킬 것이냐”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에 대한 정치적 통제의 해묵은 과제이듯이 ‘감사원을 누가 감사할 것이냐’도 바른 헌정(憲政)을 위한 필수적 과제다.

이번 기회에 헌법학자와 정치권 모두 심중(深重)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