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한중수교 20주년을 축하하는 서한을 보내려다가 중국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는 말을 듣고 “왜 우리만 보내야 되느냐?”고 중지시키고 특사를 보내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미일중러에 관행적으로 특사를 보내왔으나 미국, 일본, 러시아에 특사를 보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가 주변국의 승인을 받는 모양새를 갖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등한 외교’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당선인은 외교의 기본을 아는 것이다.
모택동은 국가주석이 된 다음에야 소련을 방문하였다고 한다. 당시는 스탈린이 무슨 짓거리를 할지 모르는 시기였다. 위성국가의 공산당 서기장이나 수상을 납치하고 돌려보내지 않는 일들이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원수에 대한 불상사는 차원이 다르다. 모택동은 이것을 알았기 때문에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다음에 그 원수로서 소련을 방문한 것이다. 중국공산당의 수령과는 모양새가 다르다. 냉전이 한창이던 때 유고슬라비아의 티토는 소련 방문을 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소련이 고위급을 보내라고 버텼다. 2차 대전에서 티토는 소련의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 독일군을 적잖이 괴롭혔는데 티토의 독자노선은 이러한 자력이 뒷받침이 되었다. 티토가 1950년대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와 함께 비동맹의 선두주자가 되었던 것도 이와 같은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북한에는 정치국 위원이자 부총리급을 파견하였는데 박근혜 당선인에게는 외교부 부부장을 보내서 당선을 축하한데 대해 대다수의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차관급 인사가 한국의 조야와 재계를 두루 불러모아 만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고 하나같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들에 의하면 중앙위원이 아니라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을 파견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외교는 내용 못지않게 격과 형식이 중요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격과 형식이 내용을 좌우한다. 1992년 한중수교 이래 중국이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펼친다고 하면서도 북한에는 우리에게보다 고위급 인사를 파견해왔다. 중국이 이러한 결례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한국이 이 관행을 묵과해온데 대한 자업자득이며, 이는 외교부의 책임이 크다. 외교를 잘 모르는 대통령일수록 외교부에서 정확한 조언을 하여야 하는데 우리 외교부는 이 자세가 미흡하였다. 이제 이를 바로 잡는 것은 chief diplomat인 대통령이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당선인이 보인 대등외교의 자세는 당당하고 고무적이다.?
당대 최고의 국제 정치학자요 외교관이었던 이승만은 주요 외교 문서를 직접 작성하였다. 중국 주은래 총리는 외상을 겸하였다. 독일 통일 당시 수상은 콜이었으나 외상 겐셔는 10년 이상 외상으로 있으면서 해낸 역할이 실로 컸다.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은 대통령제와 비교할 수 없으나 겐셔가 통일 후 대통령으로 추대된 것은 이러한 공을 독일 국민이 인정하고 감사를 보낸 것이다. 대통령이 인수하여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차원과 성격의 것이다.
대통령이 해야 할 것, 해야만 할 것 , 할 수 있는 것을 정확히 인수하는 것이 인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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