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한-중·일·러 ‘협력’, 한-ASEAN ‘유대’
마가렛 대처는 대외정책에 있어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가장 중요시하였는데 미국의 지도적 역할을 지원하는 것을 하나의 사명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영미관계 또는 대처 수상과 미국 대통령의 관계가 항상 순탄하였던 것만은 아니며 간혹 이해관계나 감정상의 충돌도 없지는 않았다. 그중 대처와 레이건의 관계는 8년 동안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동반자관계를 가졌는데 둘의 세계관과 대외정책 및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가까웠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 공산권의 붕괴를 가져오는 데는 대처와 레이건의 일관되고 긴밀한 대소 드라이브가 결정적인 요소였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대처와 레이건이 가장 큰 갈등을 겪었던 것은 1983년 10월 미국이 그레나다를 침공하였던 때이다. 레이건은 칼리브만 국가들의 요청을 받아 그레나다의 좌익정권을 축출하고 민주헌정을 회복하려는 것이었다고 해명하였으나, 그레나다는 영국 여왕을 국가원수로 받드는 ‘Commonwealth(커먼웰스)’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대처와 영국정부, 국민의 분노는 상당하였다. 더욱이 대처는 레이건이 그레나다 침공계획을 사전 통고조차 하지 않은데 대해 격노하였다. (대처는 미군의 그레나다 침공 사실을 아침 6시 BBC 방송으로 알았다고 한다!)
영국은 대영제국 당시 세계의 4분의 1을 지배하였는데 이들은 지금도 Commonwealth로 결속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같이 영국 여왕을 국가원수로 받드는 국가도 있으나 46개 구성 국가 대부분은 느슨한 연합체를 이루고 있다. 이들도 커먼웰스에 남아 있는 것이 무언가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형성하고 있는 국가들로 구성된 연합체는 43개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가로 불리는 오늘날에도 영국과 프랑스가 유지하고 있는 영향력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처는 프랑스와 독일이 중심이 되어 유럽경제공동체(EC)를 일종의 배타적 경제블록 나아가 유럽연방으로 끌고 나가는데 대해 일관되게 반대하였다. 유럽경제공동체(EC)는 기본적으로 주권국가간의 적극적 협력관계에 기초해야 되며 각국이 각자의 독자성을 가질 때 유럽은 전체로서 강력해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철학에 기초하여 EC가 취해나가야 할 방향으로 최소필수적인 규제만으로 시장경제의 활력을 보장하는 유럽 단일시장을 건설하고 보호무역장벽을 철폐하며 안보는 미국이 중심이 되는 NATO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처는 기본적으로 영어사용 시민이 세계를 끌고 나간다는 신념에 철저하였다. 이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와 협조를 무엇보다도 중시하였다. 그러는 한편으로 EU의 일원으로 유럽에 한발을 걸쳐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하며, 대영제국의 유산(legacy)으로서 커먼웰스를 유지하는 3본주(本柱)를 영국 외교의 축으로 일관되게 밀고 나갔다.
우리도 한미동맹관계를 기축으로 하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와 협력하며, 동남아와 몽골 CIS 등과도 유대하는 전방위 외교에 안보와 통일, 번영의 핵심이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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