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은 어느 조직에서나 대단히 중요하다. 대통령은 아무리 신임이 두터운 책임총리라도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다하기는 어렵다. 이병철 정주영 등 경영의 신이라고 할 인물들은 사장들에게 군림하지, 상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서실장에게는 간혹 해야 될 이야기는 한다. 그래서 어느 조직에나 항상 옆에 있는 비서실장은 중요한 것이다.
비서실장은 우선 일정을 계획한다.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장관이든 회장이든 CEO들의 일정은 살인적이다. 쓸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제한된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CEO의 업무를 구성하고 시간과 관심, 노력을 배분하는 막중한 기능과 책임을 갖는다.
비서실장이 아니더라도 의전비서관이든, 부속실장이든 누군가 대통령의 문고리를 잡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업무의 경중완급(輕重 緩急)을 잘 알아서 조직이 물 흐르듯 잘 움직여 나가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 기능 중의 하나로 CEO가 보아야 할 많은 보고서-비대면 결재, 정보보고-를 요령 있게 정리해 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상황보고 등 우선 급한 것부터 볼 수 있도록 하되, 심중한 검토가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대한 보고서라도 그중에서 꼭 보아야 할 페이지를 접고 거기에도 밑줄을 그어서 추가된 정보 또는 달라진 사안에만 집중하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중요 행사에서의 공식 발표문, 식사 등은 담당 수석들이 작성하되 중요한 골자는 위로부터 지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추정(推定)하여 작성하고 최종 확인만 하면 되도록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비서실장과 관련 수석을 모든 중요회의에 참석시켜 상하의 관심과 논리가 일치해야 한다. 또한 이들에게 필요한 결과보고(debriefing)를 해주어 관심과 방법이 일치하고 만약의 경우, 부재 시에도 업무가 연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서실장은 대통령, 장관, 회장 등이 일정 시간 쉴 수 있는 시간을 꼭 갖도록 마련해야 한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책을 읽고 오수(午睡)를 붙일 수 있는 시간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 이발하는 시간 등은 매우 유용한 시간이다.
총리와 비서실장은 역할이 유사한 점이 많다. 총리가 국정전반(부중 府中)의 참모장이라고 한다면 비서실장은 궁중(宮中)의 참모장이다. 비서실을 어떻게 구성 운영할 것이냐는 대통령의 전관사안이나, 어쨌든 “인사가 만사”라는 준칙은 비서실 인선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많은 사람이 박정희시대 최장(最長)의 비서실장이던 김정렴을 최고의 비서실장으로 꼽는다. 무엇보다도 비서실장은 CEO에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하는 완전한 조율이 되어야 한다.
박근혜 새 대통령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박정희가 김정렴을 어떻게 활용하였는가를 보면 된다.?완벽한 고독을 이겨 나갈 ‘여왕의 부군’(prince consort)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Related Posts
- [김국헌의 직필] '점잖은' 정 총리가 화난 이유? ···원전부품 위조·대사관 직무유기
- [김국헌의 직필] '김일성 족적' 알면 '3대세습 비결' 보인다
- [김국헌의 직필] "창이 한발 짧으면, 한걸음 앞으로 나가라"
- [김국헌의 직필] 대통령의 참모 장악법 "전화 5번 울려도 안받으면 잘라라"
- [김국헌의 직필] DMZ, 남북관계 새 장 여는 통로로 ‘최적’
- [김국헌의 직필] '정보기관스캔들' 명해결사 레이건
- [김국헌의 직필] 영국의 제국 경영술
- [김국헌의 직필] 박대통령, '박정희 정보기관 악용' 답습해선 안돼
- [김국헌의 직필] 유럽 위기에서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동맹간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 [김국헌의 직필] 한국외교, '삼각편대 전략'으로 나아가야
- [김국헌의 직필] '지방의원 보좌관제' 될 말인가?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가 대처에게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북-미 빅딜
- [김국헌의 직필] 햇볕정책과 '아편론'
- [김국헌의 직필] 장수왕의 평양, 김정은의 평양
- [김국헌의 직필] 북의 '하이브리드전략'에 맞설 대전략은?
- [김국헌의 직필] “前 장군은 없다”
- [김국헌의 직필] 팀워크가 중요한 이유
- [김국헌의 직필] 어떻게 이룩한 정부인데…
- [김국헌의 직필] '혈액형청문회' 그리고 남재준과 유인태
- [김국헌의 직필] '아시지의 聖' 교황 프란치스코와 피겨여왕 김연아
- [김국헌의 직필] '행정의 달인' 고건의 대북관을 보며
- [김국헌의 직필] 국민이 바라는 장군이란?
- [김국헌의 직필] '정치적 천재' 달라이 라마와 중국 군관의 '호사'
- [김국헌의 직필] "MD 프로젝트 더 미룰 수 없다"
- [김국헌 칼럼] 북핵, 중국도 위협할 수 있다
- [김국헌의 직필]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괴물
- [김국헌의 직필] 중국이 박근혜 주목하는 이유···“자식 양육은 국가대사”
- [김국헌의 직필] 중국의 속셈과 주한미군
- [김국헌의 직필] 청와대 3실장(비서·경호·안보)에게 바란다
- [김국헌의 직필] 지금 '제헌 정신'을 돌아보는 이유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가 박정희한테 꼭 배워야 할 것은?
- [김국헌의 직필] 인재 안 키우면 나라의 미래 없다
- [김국헌의 직필] 남한 핵무장으로 북핵 대응한다고?
- [김국헌의 직필] 북핵해결을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김국헌의 직필] 핵전략 외교관에만 맡겨선 안돼
- [김국헌의 직필] 노태우와 연좌제, 그리고 인사청문회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정부' 인수위의 패착들
- [김국헌의 직필]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가 북핵 위기 '방어선'
- [김국헌의 직필] '선거의 여왕' 통치는 초년병···박근혜의 해답은 어디?
- [김국헌의 직필] 과학전공 박근혜가 나로호 성공에서 배워야 할 것들
- [김국헌의 직필] '이동흡 김용준사태'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
- [김국헌의 직필] "감사원은 누가 감사해야 하나"
- [김국헌의 직필] 키신저, 주은래 같은 '지략가' 어디 없소?
- [김국헌의 직필] 대등한 외교
- [김국헌의 직필] 차안에서 '하회' 기다리는 인수위원장···'무엇을, 어떻게'가 해답이다
- [김국헌의 직필] 하라 세쓰코와 맥아더, 그리고 역사인식
- [김국헌의 직필] 성공적인 국정은 관료 장악에 달려있다
- [김국헌의 직필] 남북 문화공동체 회복은 통일의 선결과제
- [김국헌의 직필] 역대총리 성적? JP 김황식 강영훈 이한동 이해찬 이회창 노신영···
- [김국헌의 직필] 통일한국의 수도로 '교하'를 떠올리는 까닭은?
- [김국헌의 직필] 말 한마디의 '무거움'과 '무서움'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의 '책임총리제' 성공하려면
- [김국헌의 직필] 박정희 '국민교육헌장'과 박근혜 '교육대통령'
- [김국헌의 직필] 마쓰시다 정경숙과 노다 전 총리
- [김국헌의 직필] 어설픈 독도 전문가들
- [김국헌의 직필] 안보·통일 아우르는 '국가안보실'로 대전략 수립해야
- [김국헌의 직필] '사랑받는 대통령'의 조건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와 '걸프전 영웅' 슈와르츠코프
- [김국헌의 직필] 박근혜, 통일대통령을 꿈꾼다면···
- [김국헌의 직필] 군통수권자 박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