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아시지의 聖’ 교황 프란치스코와 피겨여왕 김연아

기독교가 로마제국에서 공인받은 것은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였다. 삼위일체(三位一體) 등 정통교리가 확립된 것은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였다. 이후 기독교는 로마, 비잔틴,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예루살렘의 5대 주교관구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그 중에서도 로마는 천년왕국 로마의 중심이었고 베드로가 순교한 곳으로 기독교 세계의 중심으로 인정되었으나 기본적으로는 5대 주교관구의 하나였다.

중세에 로만 가톨릭은 종교뿐 아니라 세속권력의 한 축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로마 교황청은 대영제국 해군, 런던의 시티, MI-5와 MI-6, 뉴욕의 월 스트리트와 더불어 세계의 5대 권력의 하나였다. 이번에 유럽 밖에서 교황이 선출된 것은 1500년 만에 처음이라 하는데 이는 미국에서 흑인이 대통령이 된 것이나 한국에서 여성이 대통령이 된 것 이상의 의의를 갖는다. 여기에는 베네딕트 16세 교황이 선종(善終) 이전에 물러난 것이 무언(無言)의 자극을 주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는 가톨릭교회에도 변화가 거스를 수 없는 것임을 실감케 해준다.

새 교황은 자신은 (바티칸의 왕이 아니라) ‘로마의 주교가 되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즉위명으로 아시지의 성 프란치스코를 취하고 보다 낮은 데로 임하여 빈자(貧者)의 교회를 만들 것을 약속하였다. ‘아시지의 성(聖)’ 프란치스코는 우리도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에서 배워 익숙한 성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온 남미는 해방신학의 발원지이기도 하지만 종교의 역할과 기능이 현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강조한 개혁의 진원지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가 던지는 메시지는 엄청난 부와 영향력을 획득한 한국교회도 각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던져주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 성철 스님 등 우뚝한 종교 지도자들을 배출한 한국 아닌가? 이제 그리스도 교회(congregation)로서의 교회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표절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목사가 수만 명의 교인을 이끌고 있는 것은 한국 교회의 나상(裸像)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 선 장관 내정자들을 탓할 것이 없다.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국민들에게 무한한 자부심을 가져다주었다. 김연아에게는 육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번 김연아의 점수는 ‘밴쿠버올림픽의 김연아’에 이어 역대 2위라고 한다(!) 세계는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경지를 본 것이다. 이어서 전 세계는 캐나다 합창단이 부르는 애국가를 들었다. 세계인들은 한국에서 국회의원 중에도 이 장엄한 애국가를 거부하고 운동권 가요 ‘임을 향한 행진곡’을 더 애창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또 한번 놀랄 것이다.

김연아의 쾌거에 압력을 받아서인지 이제야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타결되었다. 아무리 정치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을 조정해나가는 과정이라지만 국민들은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해괴한 장치를 만들어 이번 소란의 원죄(原罪)를 범한 사람들은 일본 같았으면 할복했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한국 정치의 수준과 통치(統治)의 허점을 드러내어 세계에서 7번째로 2050에 든 나라라고 으쓱대던 한국이 아직까지 국가조직과 운영의 기본도 못 갖춘 허무맹랑(虛無孟浪)한 나라라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씨가 지역구 보선에 출마하겠다면서 현충원에서 의장대를 세워놓고 참배하는 촌극(寸劇)이 벌어졌다. 세상이 어수선하다보니 장삼이사(張三李四) 갑남을녀(甲男乙女)까지 들쑤시는 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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