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장군골프사건’이 문제되는 또다른 이유

골프가 말썽이다. 군에서 주기적으로 터져 나오는 소란거리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지적하였고, 총리실에서 조사를 한다고 나서고 있다. 국방부에서는 일상적인 체력단련이고 주요 직위자, 특히 작전계통 직위자는 참가하지 않았다고 하였으나 해공군 참모총장들까지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언론과 예비역 원로들은 이번에 문제가 된 해공군 총장들은 옷을 벗으라는 극언(極言)도 나오고 있다.

새정부가 출범하였으나 정부가 아직 제대로 구성도 되지 못하고 북한은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나오는 위기상황에서 벌어진 일부 장성들의 철없는 소행에 대해서 국방부는 변명하고 호도하기보다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자세로 반성하여야 한다. 특히 국민들의 매서운 눈이 있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예비역 장군들의 골프 비용을 누가 계산하였다는 것까지 청문회를 진행 중인 국회의원이나 기자들에게 제보하는 무서운 세상이다.

계룡대 장교들 복무자세 점검 계기돼야

이번 문제는 개인의 정신상태 문제로 보기에 앞서 군의 전반적인 복무자세, 특히 계룡대 지역에 근무하는 장교들의 전반적 문제로 보고 심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유감스러운 일이나, 현재의 합동군제에서 각군 참모총장들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작전은 합참의장과 작전사령관들이 책임을 질텐데 하는 의존심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해군작전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이라면 골프장에 나갈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만약 해공군 총장들이 작전계통에 포함되어 있었으면 골프장에 나갈 수 있었겠는가?

총장들은 군정업무가 방대해서 작전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군정업무는 방대하다. 그러나 국방부 차원의 군정업무와 각군 차원의 양병(養兵) 업무는 깊이와 질이 다르다. 그리고 군정(양병) 업무는 시간을 가져야 해낼 수 있고 많은 참모들에게 분장되어 있으나, 작전지휘는 시간을 다투며 위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합참의장이 현재의 작전계통으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의장은 국가군사지휘계통(NCMA)의 군사 핵심참모로서 NSC에도 출석해야 된다. 심지어 작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의장을 불러내는 것이 우리 국회다. (이런 버릇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것으로 ‘국회선진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합참의장은 수시로 연합사와 화상회의를 하면서 미국 합참의장, 태평양사령관, 연합사령관과 함께 작전을 조정·통제해야 한다. 계엄령이 선포된다든가 북한 급변사태가 벌어지면 의장의 전쟁수행은 더할 수 없이 복잡해진다. 이러한 의장이 가장 중요한 곳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총장들이 의장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김관진이 각군총장을 작전계통에 넣으려 했던 까닭

김관진 장관이 총장들을 작전계통에 넣으려고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전임 장관 등 일부 육군 장성과 대다수 해공군 장성의 반대에 부딪쳐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밖에서 보기에 장성은 다 같이 보이지만 각군 본부에서 주로 성장하여온 장성과 국방부, 합참, 연합사에서 자라온 장성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국방부 정책실은 가장 치열한 전장이다. 장관의 국회에서의 일문일답을 준비하고 언론에서 제기하는 현안에 즉응하는 것은 피를 말린다.

여기에서 단련된 장군이라면 이같은 위기상황에서 골프를 친다는 것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번 골프 사건을 기회로 군 전체가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로 다져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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