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최고규범이다. 법률은 헌법의 범위 내에서 재개정될 수 있다. 2012년 5월2일 소위 ‘국회선진화법’이란 것이 만들어졌다. 다수당이라도 의석수가 180석(재적의원 5분의 3)에 미치지 못하면 법안 강행처리를 불가능하게 만든 국회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경우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는 헌법 제49조 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요해(了解)할 수 없다. 국회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으로 의결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유일한 예외는 헌법개정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에 의하도록 한 제 130조밖에 없다.
이 괴물이 장차 국회 운영에 어떤 파행을 가져올지 명약관화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을 보고 여당 지도부와 국회의장의 법률 상식과 정치적 지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더라도 강행처리를 하면 시끄러우니 여야가 합의에 이를 때까지 협의를 계속하여 처리한다는 것인데 아무리 해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의 여당이 언제까지나 여당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야당이 될 때를 대비하여 놓아두자는 보험인가?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이는 ‘떼법’을 국회에 공식적으로 들여놓은 것밖에 안 된다.
세상에 무슨 법적, 정치적 논리로 이를 정당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세계 어느 나라의 헌법학자에게 물어보라. 이것이 과연 법률이 될 수 있는가? 우려했던 그 폐해는 바로 지금 우리 눈앞에 고스란히 전개되고 있다. 두 달 전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박근혜 정부가 구성되지도 못하는 빈사상태에 빠졌다. 현재 박근혜 호는 동서고금에 보지도 듣지도 못한 난파를 당하고 있다. 1차대전 후 바이마르공화국 시대의 독일이나 드골이 등장하기 전 프랑스 제 4공화국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일종의 의회 쿠데타라고 지적한 의원이나 헌법학자는 기억나지 않는다.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여, 이 괴물은 국회를 통하여 개정하든지 아니면 국민들에 의한 위헌심판청구를 통해서라도 하루 빨리 폐기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미만한 고질적 악폐 즉 “시끄러우니 정치적으로 넘어가자”는 행태를 용납하여서는 국가가 바로 서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이 시끄러우니 돈을 주어서 넘어가자는 것도 이와 같다. 광우병 사태에 움츠려든 이명박의 행태도 이와 똑 같다. 동서고금의 어느 사회고 기본과 중심을 흔드는 주변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이들을 호민(豪民)이라고 불렀다. 호민을 교화하고, 필요시에는 제압하여 사회가 평온하게 기능하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첫째 가는 임무다. 대통령의 취임선서 가운데 “헌법을 수호하고…”가 제일 먼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안정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헌정질서, 법과 질서의 유지, 화폐의 안정-그 가운데서 각 개인과 가족, 기업이 그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정치적 타산은 냉정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수훈 갑(殊勳 甲)은 태극기를 짓밟고 웃고 서있는 한명숙이다. 대선에서는 이정희였다. 준비되었다고 스스로 과시하지 말고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박정희의 결의를 상기하라. 지휘관으로서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패전이 아니라 경계실패와 전장이탈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도전에 과감히 응전하여 발전적 지양(止揚)을 이루기 바란다. 북한 중국 일본 미국 모두가 이 사태(事態)의 시말(始末)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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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심판청구를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