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박대통령, ‘박정희 정보기관 악용’ 답습해선 안돼

국가정보원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세계적인 뉴스감이다. 노무현 정부 때 국방부 검찰단이 육군본부를 압수 수색한 일이나 이명박 대통령 당시 검찰이 경호실을 수색하겠다고 한 일이나 모두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는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카터는 주지사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으로 재임 중 어이없는 일이 많았다. 그는 서방진영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독재정권은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상주의 경향을 갖고 있었는데 바로 이 때문에 박정희와 트러블을 일으켰다. 카터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 하자 미국 군부에서는 싱글러브 참모장을 내세워 공공연히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등, 미국의 문민통제의 역사상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박정희와 카터의 정상회담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것을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카터는 정부 운영에서도 도덕주의 성향이 강하여 중앙정보국의 기능과 조직을 대폭 축소시켰다. 그 결과는 참담하였다. 이란이 미국 대사관원들을 억류하였을 때 미국 정부는 사흘 동안 이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하였다.

세계 최강의 미국무성과 중앙정보국이 사실상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란 인질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카터가 취한 우유부단하고 미숙한 조치들, 더구나 이들을 구출하려는 작전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을 때 미국의 위신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1979년 12월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여 세계를 경악시켰다. 아프간 사태는 카터의 지도력 미비로 최악의 상태에 이른 미국을 만만히 보고 소련이 일으킨 오만과 과욕의 극치였다. 그러나 이것이 소련 몰락의 단초가 되었으며 미국은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맞아 국력을 회복하여 소련을 패망시켰음은 새옹지마라고 할까, 이성(理性)의 간지(奸智)라고 할까?

그러나 레이건이 그레나다 침공작전을 폈을 때 미군의 합동작전의 수준은 문제가 많았다. 레이건이 카터로부터 물려받은 군도 중앙정보국 만큼이나 문제가 많았던 것이다. 미군 수뇌부는 대경실색하여 군의 환골탈태에 진력한 결과 미군의 전력을 회복, 부시 대통령때 걸프 전에서 세계를 경악시킨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바다.

대통령은 정보기관이 국가의 필수적인 기간조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가의 기간조직을 망가뜨리면 환호하는 것은 어떤 자들인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정보기관을 철저히 감독하고 최선의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로 운영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과 지혜다. 카터가 정보기관을 망가뜨렸다가 미국이 낭떠러지에 떨어진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영국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들이 어떻게 조용하고 능숙하게 국가이익을 지키는 최첨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는가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것이 통치술이다.

군과 정보기관은 정치로부터 독립해 있어야 한다. 이를 정치에 끌어들인 자들은 대부분 정치인들이다. 정치권이 잘못한 것을 바로잡는다고 하면서 군과 정보기관을 훼손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다. 박정희는 정보기관을 활용한 부분도 있지만 악용한 부분이 더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점에서 아버지를 능가하는 통치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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