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멘토 ‘박정희’의 딸, 그리고 시진핑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다. 단순히 한국 대통령이 아니다. 덩샤오핑(등소평), 장쩌민(강택민), 후진타오(호금도)의 멘토였던 박정희의 딸이 한국 대통령으로서 중국에 가는 것이다. 박근혜는 21세기의 박정희다. 이와 같은 박 대통령의 외교적·정치적 자산을 따를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중국인은 인물과 역사, 인연과 관계를 중시하는 민족이다.
1993년 미국에서 출간된?책은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다. Contemporary China is not another Soviet China, nor is it totalitarian Chinese state of 1966, but a gigantic, vintage 1972 South Korea. …this man(Deng Shiao-ping) will probably occupy a more esteemed place in Chinese history than Park Chung Hee in South Korea.
북중관계가 혈맹관계라고 하나 미중정상회담에서 그것은 당연시되는 때가 지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제 중국 군부에서는 한국과 새로운 군사관계를 맺어야 되지 않느냐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은 상대하여(against) 싸운 나라 사이지만 그것은 이제 역사의 차원으로 넘길 때에 접어들었다.
박정희의 딸이 북경대학에서 중국어로 연설하며 한중관계의 신기원을 열자고 호소할 때 중국인의 반응은 열광적일 것이다. 한중외교는 이제 공식외교를 넘어 더욱 적극적인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신 대국관계를 열어나가자고 다짐한 것이 역사적이라고 한다면 한국과 중국관계도 새로운 기원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박 대통령의 방중이 정상회담의 대미를 장식해야 된다는 것은 이를 뜻한다. 한국과 중국 뿐 아니라 남한과 북한의 관계도 전혀 다른 차원에 진입해야 한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맺은 남북관계를 정(正)이라 한다면 2000년 6·15는 반(反)이고 이제는 합(合)을 열어나가야 한다. 바야흐로 통일을 지향해나가는 움직임이 되어야 한다.
냉전시대 공산주의자들은 “파리는 북경을 돌아서”라고 했다. 우리도 “평양은 북경을 돌아서”라는 전략을 구사하여야 한다. 북한은 한국과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몽니를 부리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는 없다. 석유가 나지 않는 것은 북이나 남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천지인(天地人)이 맞아 떨어진다. 선덕여왕이 신라의 삼국통일의 초석을 닦았듯이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의 기반을 닦기 바란다. 필요한 것은 김춘추와 김유신이다.
북한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핫바지라고 하면서 이 정도가 어디 당 비서를 상대하려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가소로운 이야기이지만, 김용순이 림동원을 만날 때와는 급(級)이 다르지 않느냐는 북의 불평은 들어둘 필요는 있다. 격과 급을 역지사지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이 뜻이다. 한미정상회담은 항상 중요하다. 더불어, 한중정상회담은 신기원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