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박근혜-시진핑 회담과 ‘파로호’

평화의 댐은 전두환 대통령 당시 북한의 금강산 댐 수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민성금으로 조성되었다. 박정희가 김대중 등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부고속도로를 추진한 혜안과 강단에 대해서는 많은 신화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전두환은 집권과정에서 워낙 욕을 많이 먹어서? 평화의 댐 건설이나 한강 개발에 대한 평가는 소리가 많지 않다.

5.18 광주민주항쟁 기념식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을 두고 말이 많았는데 제창(濟唱)이 아니라 합창(合唱)으로 하기로 되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부르지 않는데 여당대표 황우여가 따라 부르지 않는가? 김문수가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황우여는 나이로 보나 판사 출신이라는 전력으로 보나 이 노래에 각별한 감흥을 가질 사람도 아닌데 유별나게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니 정치인으로서 각별히 준비를 하였는가 보다.

적기가(赤旗歌)는 공산당원에게는 깊은 감동을 주는 노래이다. 공산정권이 몰락한 이제 지구상에서 적기가를 부르는 국가는 거의 없다. 다만 중공(중국공산당)이 전당대회를 마칠 때 적기가를 부르는 것을 보고 ‘아하 중국은 아직도 공산당 국가이구나’ 하는 것을 상기할 뿐이다.?

중국 사람들은 6.25때 중공군이 조금만 더 노력하였으면 한국을 통일시켜주었을 텐데 하고 한국인을 놀린다고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당시 맥아더 장군 동상을 끌어내리려 했던 무리들과 똑같은 역사인식에 중국인의 습관적 대한반도(對韓半島) 우월의식을 드러내는 소치이다.?

이에 대한 응답은, “혹시 한국에 와서 평화의 댐 즉 26억톤을 저장할 수 있는 육지의 바다를 보았느냐?”고 해야 한다. 평화의 댐은 파로호에 쌓은 것이다. 파로호(破擄湖)라는 이름은 국군이 1953년 중공군의 마지막 공세를 막아내어 화천댐을 확보한 것을 기리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휘호를 내린 것이다.?당시 시산혈해(屍山血海)를 이루었다는 파로호를 보며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해주면 중국인들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지정학적 인식에 대해 분명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틀은 미중(美中) 대결에서 한국과 북한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인가를 기본으로 하여 구성된다. 근간 중국의 대북정책이 사소한 전술적 변화를 보이는 데 지나친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

논어에 처자(妻子)는 바꾸어 입을 수 있는 ‘옷’과 같지만 형제는 바꿀 수 없는 ‘팔다리’와 같다고 한다. 중국에게 북한은 형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이 한중관계의 본질이다. 한민족은 수백년 동안 수(隋), 당(唐)과 더불어 건곤일척(乾坤一擲)을 겨룬 민족이다. 한족(漢族)에게 이 치욕이 얼마나 컸으면 이제는 아예 고구려사도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우기는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통일은 중국에 하등(何等) 도움이 될 것이 없다. 따라서 통일은 중국의 선의와 협력에 힘입어 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만난(萬難)을 배제(排除)하고 통일을 달성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역사인식과 국제정치의 구조에 대한 지혜로운 대처가 있을 뿐이다. 중국인들에게는 파로호를 일깨워 주라. 이것이 후손들에게 전해줄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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