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꽃 앞에서 설레었듯이 지는 꽃 앞두고 두 손 모은다 저 해 저물어 눈부신 이 아침이 다시 오듯 속절없음으로 절실한 이 순간 지는 꽃 있어
Category: 플라자
‘슬프디 슬픈 찬란한 인생’ 살아낸 신복룡 교수 ‘나의 유언장’
신복룡 교수 자전에세이 <인생은 찬란한 슬픔이더라>는 책 중간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글과 시를 곁들였다. 도서출판 글을 읽다, 327쪽, 21,000원. 아래는 책에 실린 마지막 글 ‘나의 유언장’이다. 내가
[오늘의 시] ‘멈춤’ 최명숙
바람 앞에 서보지 않은 사람에게 세상은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 같지 그대의 길을 정확히 멀리 보려면 잠긴 빗장을 열고 나와 멈춰진 풍경을 보아야 해
[최명숙의 추억속으로] 그대가 그럴 때가 있다
비 오는 밤 호젓한 빗소리처럼 사람들 속에서 그대 목소리 도란거릴 때 문득 세월의 옷깃을 세우는 그대가 비에 젖을 때가 있다 수첩의 장마다 빼곡히 적힌 이름들이
[오늘의 시] ‘어느 부활절의 나의 詩心-라일락꽃’
부엌 창문으로 밖을 염탐하는데 창틀 모기창까지 담쟁이가 벽을 탔다. 바깥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살피는데 라일락이 뒤에서 손을 흔든다. 그 모양이 아름다워 방금 붓을 놓은 한
[여류:시가 있는 풍경] 떨림의 까닭
한 송이 꽃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떨리는 가슴으로 지켜본 사람은 꽃 한 송이가 지기 위해 애씀이 어떠한지를 안다. 서녘 햇살에 긴 그림자 끌며 먼 길
[오늘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여류:시가 있는 풍경] 목련 앞에서
하얀 꽃그늘에서 오래고 늘 새로운 존재를 생각한다 나보다 먼지 있었고 또 나중에 있을, 어머니 땅에 뿌리하여 한 번도 제자리 벗어나려한 적이 없이 사철 천지의 운행에
[오늘의 시] ‘바닷가에서’ 타고르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은 그림처럼 고요하고, 물결은 쉴 새 없이 넘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여류:시가 있는 풍경] 산벚꽃이 일러주는 ‘얄궂은 봄’
이 봄은 얄궂어라 산벚꽃 먼저 피었네 저 산벚꽃 지면 이 봄도 따라 질거니 까닭 없이 피는 꽃 어디 있으랴 파르르 꽃잎 날리는 푸른 그늘 아래
[오늘의 시] ‘바보냐’ 김영관
답답함에 크게 소리 질러 보아도 화가 치밀어 오름에 베개를 힘껏 두들겨 보아도 나아지는 건 순간일 뿐 몸만 피곤 해질 뿐 손목만 아플 뿐 나만 지칠
[여류:시가 있는 풍경] 등대 너머 해넘이
서해안 저녁노을이 멋진 곳인 백수해안길의 등대 너머로 저무는 해를 배웅했다. 노을은 저무는 것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가운데도 가슴 깊게 와닿는 황홀함이라 할 수 있으리라. 내 이번
[오늘의 시]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오늘의 시조] ‘어디까지’ 김영관
사실은 어디까지 사실은 언제부터 뱅뱅뱅 뒤죽박죽 머리 안 쳇바퀴 속 끝없는 지옥이네 오늘도 속은 울렁 한없는 어지럼움에 가만히 못 있겠네 머리 속 울려대는 찢어진 종소리가
[여류:시가 있는 풍경] 목련이 지는 밤
기다리던 목련 피었다. 온 세상이 눈부시다. 마침 당신이 왔다. 한 대의 향을 사르고 붉은 초를 밝힌다. 찻물이 끓고 있다. 말을 잊고 마주 앉았다. 침묵을 뚫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