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 시가 있는 풍경] ‘바람새’ 이병철

나는 이제 갈 때를 말하는데 당신은 다시 올 때를 말하고/다시 십일월의 하늘을 본다. <사진 이병철>

바람 빛 맑은 십일월은 돌아가기 좋은 달이라고,
저 바람처럼 내 혼(魂)도 그리 맑으면 가볍게 떠날 수 있을 거라고.
가는 그날 아침도 미소 지으며 일어나 숨결 고요히 명상하고
내 고마움과 서러움의 인연들께 삼배(三拜)하며 그리움 고이 접어놓고
그렇게 떠날 수 있으면 하고 나는 말하고

다시 돌아온다면 바람이었으면,
꽃향기 실어 나르며 깊은 산사(山寺)의 풍경 가만히 깨우거나
눈부신 언덕 위에 푸른 룽다 나부끼는 걸림 없는 한 줌 바람으로나 왔으면,
아니면 그 바람 타고 이 하늘에서 저 하늘로 떠 있다가
이 산과 저 산 넘나들며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노래 나르는그런 새 되어 왔으면 하고 당신은 말하고

나는 이제 갈 때를 말하는데 당신은 다시 올 때를 말하고
다시 십일월의 하늘을 본다.
그 하늘의 바람과 새를 본다.
당신을 본다.
이미 바람이고 이미 새인 바람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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