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러 있다 하지 않았는데 곁에 머물러 있고 떠나지도 않았으면서 너무도 멀리 갔네 있는 곳이 여기라 해도 너 있는 곳은 찾을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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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러 있다 하지 않았는데 곁에 머물러 있고 떠나지도 않았으면서 너무도 멀리 갔네 있는 곳이 여기라 해도 너 있는 곳은 찾을 수 없네
많은 길을 걸었지만 아무도 길을 가르쳐 주진 않았다 어느 날은 홀로 걷는 길이기도 했다 미로 속에 가야 할 길을 물어도 답은 없고 어제의 그 길
바람 앞에 서보지 않은 사람에게 세상은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 같지 그대의 길을 정확히 멀리 보려면 잠긴 빗장을 열고 나와 멈춰진 풍경을 보아야 해
비 오는 밤 호젓한 빗소리처럼 사람들 속에서 그대 목소리 도란거릴 때 문득 세월의 옷깃을 세우는 그대가 비에 젖을 때가 있다 수첩의 장마다 빼곡히 적힌 이름들이
햇살이 아주 고와서 참을 수 없이 봄길로 나서고 싶은 날 온종일 소란스러이 오고가며 기웃대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가고 싶은 날 그런 날이 있다. 봄비 온 뒤에
눈 속을 걸어온 당신의 미소가 온 누리에 사랑의 빛으로 빛나는 새날의 아침입니다. 당신의 혜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의 눈을 더욱 초롱 하게 하고 당신의 지혜의
2017년부터 아시아장애인들 각국 언어로 공동시집 미얀마·베트남·일본·인도네시아·몽골·한국 등 40여명 장애를 갖고 세상 살아가는 일은 크든 작든 녹록치 않다. 장애인이 살기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어딜 가든지 넘기 힘든
눈을 떠야지 녹녹지 않은 세상이 수만리 밖까지 깜깜해도 여명을 보아야지 바다를 지나던 스승이 물고기가 된 제자의 몸을 벗게 하고 등에 자란 나무, 그 몸에서 다시
한 사람이 온다. 한 사람이 다가왔다. 구름사이 빗살무늬 햇살아래 금빛 은행나무 길을 지나 가을 길을 걸어왔다. 투명하게 퍼지는 푸른 빛깔 종소리 낙엽 쌓인 성당의 돌담길을
그대를 보면 콧등 싸하니 아려오는 날이 있습니다. 아귀타툼 속 힘든 하루를 마치고 저녁달빛 등에 지고 가는 뒷모습에 상심하는 날이 있습니다. 눈가에 쓸쓸함이 깃든 그대에게 웃음이라도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보리수 아래’ 대표] 지평선 아득한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 여행자의 긴 여정에 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어 석양의 빛 아래 달리는 말들의 귀향을
순천 아랫장이 서는 날의 1번 버스는 촌노인들의 임대버스다 딸딸이와 큰 고무다라 지팡이를 짚은 느림보 어르신 줄선 승객을 태우는 버스는 만원이다 모자를 눌러쓴 두 여인이 아랫장이
황매화 오솔길의 갑사를 걷는다 노랗게 진 꽃잎 위에 뿌려진 동박새의 노래로 푸른 성장을 앞둔 갈참나무의 그늘을 따라 오른다 앞서간 이들은 두 마리 용이 들고 있는
눈 오는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는 참 아늑하다. 내리는 눈이 들길의 고요를 싸락싸락 덮어도 빈 정거장에 내려 서성이는 사람의 마음을 덮지는 않았다. 마을이 거기 있지 않고서야
섣달 그믐밤의 어둠이 깊다 창가에는 아직 마른 국화꽃이 걸려있고 책상 위에는 완성하지 못한 시 한편이 놓여 있다 한 살을 더할 인생의 나이테를 단단히 하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