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에서 새가 앉아 놀고 있다 곧 끝날 하루를 보내려나 보다 시린 바람, 굳건히 서있는 나목 얼음이 덮인 바위 변한 건 없으나 강 건너온 사람에게서 봄을
Author: 최명숙
[오늘의 시] ‘새날을 맞는 기도’ 최명숙
눈 속을 걸어온 당신의 미소가 온 누리에 사랑의 빛으로 빛나는 새날의 아침입니다. 당신의 혜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의 눈을 더욱 초롱하게 하고 당신의 지혜의 소리를
두 갈래 귀향길, 여수행과 목포행
처음부터 두 갈래로 나 있었지. 목포, 여수 복합열차가 익산에 도착했을 때 목포행 열차에 한 발을 묶은 여수행 열차와 여수행 열차에 한 팔을 얹은 목포행 열차는
앙코르와트···번창했던 천년 고도는 금이 갔어도 찬란함은 그대로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밤 11시 넘어 씨엡립 공항에 내려 앙코르와트 천 년을 디딘다. 문득 어느 왕조의 화관으로 피어났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몇 생을 거듭해 온
“친구야! 우리 ~~에 대하여 굳이 설명하려 들지 말자”
친구야! 장애에 대하여 굳이 설명하려 들지 마라. 때로는 기다리는 것도 필요한 일이란 걸 잘 알지 않는가? 장애를 알지 못해 생기는 편견, 장애를 잘 안다고 하면서
[최명숙의 소소한 일상] 낡은 벤치가 되고 싶었다
늦은 시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낡은 벤치가 되고 싶었다 페인트 냄새 나는 새 벤치보다 낡은 벤치가 되고 싶은 것은 노동으로 지친
[최명숙의 시와 사진] 그리워하다, 살아서 한번도 못 본 ‘아득한 성자’ 노스님
백담사가 보이자 낮달이 나왔다 살아서 한 번도 못 본 아득한 성자 노스님을 집에서부터 시 한 편으로 그리워하면서 찾아가는 길엔 이 강과 저 강의 여물목에 돌다리
[최명숙의 소소한 일상] 고마운 것, 눈물나는 것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고마운 것은 아닙니다. 여행길에 동행이 되어준 이가 고맙고, 조심히 가라고 손에 꼭 쥔 봉투를 주머니에 넣어주는 어른의 손길이 고맙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최명숙의 시와 사진] 초승달
바람에 씻긴 초승달이 따라오던 초저녁 버스를 기다리며 두 손 잡고 서있는 노부부의 노래를 들었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도 승객으로 탄 차 안에서 차 창에 바같풍경을 스케치하다
“새싹 돋는 봄날, 기대 못할지도···지금 서로 다독이지 않으면”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보리수아래 대표] 그렇게 살 일입니다. 별을 보러 가는 사람에게 초롱한 별들이 기쁨이듯 사랑하는 사람을 보러 가는 이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이듯 일터로 출근하는 이에게
[오늘의 시] ‘우리, 어느 생에라도’ 최명숙
해그림자 드리워 강물 빛이 더 고운 바람 부는 가을 오후 옷깃 여미는 강가에서 만난 사람 하얀 고독을 지닌 영혼 저 강물이 흘러가도 이제는 떠나지 마라
[최명숙의 시와 사진] 눈길 귀가…”병 안걸리게 조심허야 쓰것네”
해 뜨기 전부터 박스를 주워 팔고 시장 입구에 쪼그리고 앉은 노인은 종일토록 머리와 어깨에 내려앉은 먼지를 턴다 허리 펴는 노인의 가방에 붕어방 아저씨는 갓 구워낸
반가사유상···미묘한 듯 고요한 미소에 빠져들다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보리수아래 대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사유의 방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공간이다. 어둡고 고요한
유재력 작가 ‘미얀마 사진’과 최명숙 시인의 ‘인레호수의 농부’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보리수아래 대표] 11월 셋째 토요일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본관 3층 그랜드홀에서 열리고 있는 미얀마 어린이를 위한 유재력 사진전에 다녀왔다. 지난 17일 개막해 이달 말까지
[최명숙의 시와 사진] 무채색 간이역 11월
[아시아엔=글·사진 최명숙 시인, 시집 <인연밖에서 보다> 등, ‘보리수 아래’ 대표] 11월은 무채색의 간이역이다. 단풍나무숲에서 단심의 이름 하나 새겨놓고 자작나무길을 지나서 왔거나 물그림자 깊어진 강을 건너왔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