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우리, 어느 생에라도’ 최명숙
해그림자 드리워 강물 빛이 더 고운
바람 부는 가을 오후
옷깃 여미는 강가에서 만난 사람
하얀 고독을 지닌 영혼
저 강물이 흘러가도
이제는 떠나지 마라
우리, 어느 생에라도 만날 수 있게
들꽃이 피어도 그대 다시 오지 않을
지난 계절의 그 노래
부를 수 없는 이름 위에 깊은 노을
가득 차오는 그리움
저 노을이 깊어져도
이제는 떠나지 마라
우리, 어느 생에라도 만날 수 있게
최명숙 시집 <심검당 살구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