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의 시와 사진] 그리워하다, 살아서 한번도 못 본 ‘아득한 성자’ 노스님
백담사가 보이자 낮달이 나왔다
살아서 한 번도 못 본 아득한 성자 노스님을
집에서부터 시 한 편으로 그리워하면서
찾아가는 길엔
이 강과 저 강의 여물목에 돌다리 놓고
건넜으면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낮달이 삼도천을 건너가서
여기 온 소식을 전해줄 일이다
무금천 건너 산문을 들어가니 동박새가 운다
예전에 노스님은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문 잠그고
안 나오신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피고 지는 시절은 여러 번 오고 가는데
아니 나오시는 이유를 물을 곳이 없었다
동박새는 담장을 넘어
돌아오지 못할 곳에 들어가
그리움 놓지 못하는 이 맘을 놓고 올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