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의 소소한 일상] 낡은 벤치가 되고 싶었다
늦은 시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낡은 벤치가 되고 싶었다
페인트 냄새 나는 새 벤치보다
낡은 벤치가 되고 싶은 것은
노동으로 지친 하루가 피곤해
보도블록위에 웅그리고 앉은 노파와
서류가방 옆구리에 끼고 딸의 전화를 받는 남자
두 손 꼭 잡고 서있는 두 남녀,
귀로의 정거장에 그들의 쉼이 되고픈 까닭이다
눈비 맞은 인생의 하루를 쓰다듬고
구성지게 부를 유행가 한가락 같은 한숨도 뱉으면서
그렇게 사는 일이 얼마나 가슴이 따뜻한 일인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을 때,
바닥을 아는 사람들이 그리고 가슴이 허허로운
사람들이 앉을 낡은 벤치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