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의 소소한 일상] 낡은 벤치가 되고 싶었다

사진 최명숙

늦은 시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낡은 벤치가 되고 싶었다

사진 최명숙

페인트 냄새 나는 새 벤치보다
낡은 벤치가 되고 싶은 것은
노동으로 지친 하루가 피곤해
보도블록위에 웅그리고 앉은 노파와
서류가방 옆구리에 끼고 딸의 전화를 받는 남자
두 손 꼭 잡고 서있는 두 남녀,
귀로의 정거장에 그들의 쉼이 되고픈 까닭이다

벽돌과 사이에서 움트는 생명 <사진 최명숙 >

눈비 맞은 인생의 하루를 쓰다듬고
구성지게 부를 유행가 한가락 같은 한숨도 뱉으면서
그렇게 사는 일이 얼마나 가슴이 따뜻한 일인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을 때,

햇살은 도시의 그물이든 나무 사이든 은은히, 따스히 비춘다. <사진 최명숙>

바닥을 아는 사람들이 그리고 가슴이 허허로운
사람들이 앉을 낡은 벤치가 되고 싶었다

밤이 되면 흩어졌던 가족들이 하나둘 돌아온다. 그리고 각자의 온기를 서로에게 나눈다. <사진 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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