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과 ‘조오현 스님’과 ‘아득한 성자’

설악산에 핀 눈꽃

“좋은 말을 하려면 입이 없어야, 좋은 소릴 들으려면 귀가 없어야…”
4년 반 전에 그는 절명게를 남겠다.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다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나는 그의 입적 때 설악산 신흥사로 갔다. 외우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안내로 그의 유구를 봤다. 코만 컸다. 생전에 안 보이던 그의 코가 보였다.

바다를 배경으로 상념에 잠긴 조오현 스님

설악무산 조오현 큰 스님 얘기다.

안개산이 떠난 설악이 공허하다. 그래서 부근을 지나쳐도 발길이 그곳을 비킨다. 오늘 조간 신문의 1면 사진에 설악이 나와서 그가 생각났다.

4년 8개월 전, 안개산(무산, 霧山)의 “억!” 토해낸 절명의 외마디… 천만 언설보다 더 나의 심장에 남는 진짜 싯구다.
“불교가 세상으로부터 입은 은혜가 얼마나 크노. 신도들이 한푼 두푼 시주한 돈으로 먹고 사는 것 아이가. 그런데 중들은 그 은혜를 어떻게 갚고 있노? 만약 우리가 시주만 받고 은혜는 갚지 못하면 그 죄가 하늘을 덮고도 남는다..”(오현 큰스님)

그가 남긴 주옥의 시 한편을 던진다. 교과서에도 실렸다.

조오현 시집 <아득한 성자>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볼 것이 없다고
알 까고 죽은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되었는데도
나는 살아있지만
그 어느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아! 참으로 아득한 경지의 절창이다. 이런 것을 두고 선풍도골만이 뱉을 수 있는 도저한 선시라고 할 것이다.

조오현 스님이 2015년 3월 미국 버클리대에서 권영민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그래서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의 주선으로 큰스님이 연 전에 버클리대학 강단에 섰다. 그가 들고 간 주장자로 서양 코 큰, 푸른 눈의 철학자들 어깨죽지에 죽비를 내려치듯…

“탁…하~아~알….”

그것으로 설악무산은 말 없는 법문을 끝냈다.
오늘 신문 사진의 설악을 보고 그가 떠올랐다.
조오현 큰스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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