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의 시와 사진] 눈길 귀가…”병 안걸리게 조심허야 쓰것네”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의 발걸음, 늘 경쾌했으면 좋겠다

해 뜨기 전부터 박스를 주워 팔고
시장 입구에 쪼그리고 앉은 노인은
종일토록 머리와 어깨에 내려앉은 먼지를 턴다

허리 펴는 노인의 가방에
붕어방 아저씨는 갓 구워낸 붕어빵 한 봉지와
귤 서너개를 함께 담아주었다

그리고 노인이 손에 꼭 쥔 천원 짜리를 받으며
“오늘은 손주가 안보이네요. 어르신 내일도 건강하게 뵈어요”
하고 인사를 한다

“세상이 씨그러우이 병 안걸리게 조심허야 쓰것네. 내일 봄새”
굽은 등허리에 얹었던 한 손을 들어올려 답을 하며 돌아서는
노인 앞에는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노인을 부르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할아∼아버지

자전거를 끌고 가는 저 분, 상쾌한 나날 맞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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