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보면 콧등 싸하니 아려오는 날이 있습니다. 아귀타툼 속 힘든 하루를 마치고 저녁달빛 등에 지고 가는 뒷모습에 상심하는 날이 있습니다. 눈가에 쓸쓸함이 깃든 그대에게 웃음이라도
Author: 최명숙
[최명숙의 몽골기행] 누구도 달려가지 않은 평원에 서서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보리수 아래’ 대표] 지평선 아득한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 여행자의 긴 여정에 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어 석양의 빛 아래 달리는 말들의 귀향을
[오늘의 시] ‘1번 버스’ 최명숙
순천 아랫장이 서는 날의 1번 버스는 촌노인들의 임대버스다 딸딸이와 큰 고무다라 지팡이를 짚은 느림보 어르신 줄선 승객을 태우는 버스는 만원이다 모자를 눌러쓴 두 여인이 아랫장이
[오늘의 시] ‘오월 갑사에서’ 최명숙
황매화 오솔길의 갑사를 걷는다 노랗게 진 꽃잎 위에 뿌려진 동박새의 노래로 푸른 성장을 앞둔 갈참나무의 그늘을 따라 오른다 앞서간 이들은 두 마리 용이 들고 있는
[최명숙의 시와 음악] ‘눈 오는 마을’
눈 오는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는 참 아늑하다. 내리는 눈이 들길의 고요를 싸락싸락 덮어도 빈 정거장에 내려 서성이는 사람의 마음을 덮지는 않았다. 마을이 거기 있지 않고서야
[오늘의 시] ‘섣달 그믐의 저녁 단상’ 최명숙
섣달 그믐밤의 어둠이 깊다 창가에는 아직 마른 국화꽃이 걸려있고 책상 위에는 완성하지 못한 시 한편이 놓여 있다 한 살을 더할 인생의 나이테를 단단히 하지 못하고
[특별기고] 전국 사찰 88곳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해 보니
우리의 사회환경이 ‘장애인등편의법’(정식명칭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편의시설의 의무 설치 등 장애인을 배려하는 구조로 바뀜에 따라 사찰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최명숙의 시와 음악] 아버지와 어머니
작은 가방을 들고 자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노신사를 보며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막내가 첫 월급을 타서 사드린 가방에 문고판 책 한 권과 디카를 넣고 다니는 아버지는
[2022 추석 리뷰④] 최명숙 시인, 고향 춘천을 추억하다
추석 연휴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무더위와 태풍이 지나간 가을 풍광이 어떤 느낌이신지요? <아시아엔>은 페이스북에 나타난 글과 사진을 통해 2022년 추석을 리뷰하면서 올 가을 평화와 풍요를 함께
[최명숙의 시와 사진] ‘나무와 풀꽃’···”숲길에서 사계절이 지나서야”
숲길을 처음 걸을 때는 알지 못했다. 나무는 나무끼리 어깨를 맞대고 풀꽃은 풀꽃끼리 도란거리며 숲에서 자라는 줄 알았다. 나무는 넓은 가지와 잎으로 겨울 추위와 비바람을 막아
[최명숙의 시와 사진] 나만의 기준을 세워놓고 고착화시킨 편견
친구야! 장애에 대하여 굳이 설명하려 들지마라. 때로는 기다리는 것도 필요한 일이란 걸 잘 알지 않는가 장애를 알지 못해 생기는 편견, 장애를 잘 안다고 하면서 혼자만의
[오늘의 시] ‘진정 모르겠습니다’ 최명숙
이래도 그르다 저래도 그르다 무엇이 그른 건지 모르겠지만 왼쪽에 사람들이 그른가 했습니다 이것도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무엇이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오른쪽 사람들이 아닌 건가
[최명숙의 시와 사진] 새와 나무
눈 먼 새는 태어난 숲을 떠나본 적이 없는데도 저 언덕 너머에 해 그림자 길어지면 노을이 붉을 때를 안다. 귀 먹은 나무는 제 몸 흔드는 바람의
[최명숙의 시와 사진] 통영 용화사 새소리를 쌓다
항구를 배회하던 떠돌이 한 사람이 보광전 앞 절 마당에 주저앉아 어간문 앞 계단 위에 떨어지는 새 울음소릴 모아 그득하게 쌓았다 조금만 나서면 보이는 바다에 독행의
[그곳에 가고 싶다] 봄의 길목 ‘청량사’
몇 년 만에 청랑사에 올랐다 눈 내린 산사에 수만 개 별빛이 흐르는 밤이다 수십 계단 올라 계단이 끝나는 곳에 푸른 소나무 한 그루 서서 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