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의 시와 음악] ‘눈 오는 마을’
눈 오는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는
참 아늑하다.
내리는 눈이 들길의 고요를
싸락싸락 덮어도
빈 정거장에 내려 서성이는
사람의 마음을 덮지는 않았다.
마을이 거기 있지 않고서야
그 길 위의 그 곳에 정거장이 섰을까?
눈싸움하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덜컹거리는 차창에 와 어리고
절터만 남은 자리에 덩그마니 서있는
돌부처가 온 길을 묻는다.
버스에서 내려선 늘 혼자이나
마을로 들어서면 수더분한 사투리로 반기는
이가 있어 반갑다.
만남이 꼭 인정을 전재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따뜻한 눈빛으로 채워지는 마음 한 사발이 좋다.
눈 오는 길 위의 정거장엔
바람만 목을 빼고 흔들려도
양지쪽 햇살 같은 만남이면
우리의 삶도 눈꽃처럼 피고 지지 않겠는가
최명숙 시집 <마음이 마음에게>(2018 도서출판 도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