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의 몽골기행] 누구도 달려가지 않은 평원에 서서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보리수 아래’ 대표]
지평선 아득한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
여행자의 긴 여정에
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어
석양의 빛 아래 달리는 말들의 귀향을
오랫동안 멀리 바라보았다
허허한 바람 앞에 섰는 어워의 깃발은
가야 할 길의 이정표처럼 펄럭인다.
내가 던진 삶의 한 조각을 받아안으며…
그러다가
태를지 평원의 가운데 한 집에
저무는 날의 짐을 풀었다
유유히 흐르는 별은 한마디 말이 없었지만
셀 수 없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열여덟살 주인 아들이 부르는 흐미 가락이
어두운 평원으로 퍼져 갈 때
어느 별의 눈물인 양 별똥별이 졌다
하지만 길은 가야 하는 것이기에
언제 어느 때 약속도 없이 남겨둔 길로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모르지 않았다
아주 먼 훗날 아리야발 사원 쯤에서
사람들의 길에서 비켜서 갈었던 길을
말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