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의 몽골기행] 누구도 달려가지 않은 평원에 서서

아리야발 사원, 일명 ‘새벽 사원’. 108개 계단은 코끼리의 코, 사원은 코끼리 머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러시아 군정기 불교 탄압으로 사찰이 사라져, 몇 개 남지 않은 사원 중 하나로 1988년 복원됐다.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보리수 아래’ 대표]

지평선 아득한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
여행자의 긴 여정에
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어
석양의 빛 아래 달리는 말들의 귀향을
오랫동안 멀리 바라보았다

허허한 바람 앞에 섰는 어워의 깃발은
가야 할 길의 이정표처럼 펄럭인다.
내가 던진 삶의 한 조각을 받아안으며…

그러다가
태를지 평원의 가운데 한 집에
저무는 날의 짐을 풀었다

테를지국립공원에 달빛이 은은히 비쳤다. 

유유히 흐르는 별은 한마디 말이 없었지만
셀 수 없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게르와 초원 위를 흘러가는 별들의 자취 

열여덟살 주인 아들이 부르는 흐미 가락이
어두운 평원으로 퍼져 갈 때
어느 별의 눈물인 양 별똥별이 졌다

저녁 나절 몽골 말들이 초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달려가고 있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 마부가 길을 유도하고 있다.

해가 솟는 아침
그 누구도 달려가지 않은 평원에
다음 생얘라도 그 언젠가를 위하여
가야할 길의 일부를 남기고 일어섰다. 

몽골 토속신앙 샤머니즘을 상징하는 돌무더기 ‘어워’. 우리의 성황당을 생각케 한다. 몽골사람들은 어워에 돌을 얹고 시계방향으로 세번 돌면서 소원을 빈다고 한다. 

하지만 길은 가야 하는 것이기에
언제 어느 때 약속도 없이 남겨둔 길로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모르지 않았다
아주 먼 훗날 아리야발 사원 쯤에서
사람들의 길에서 비켜서 갈었던 길을
말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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