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그대를 보면’ 최명숙

과꽃 <사진 최명숙>

그대를 보면 콧등 싸하니
아려오는 날이 있습니다.

아귀타툼 속 힘든 하루를 마치고
저녁달빛 등에 지고 가는 뒷모습에
상심하는 날이 있습니다.

눈가에 쓸쓸함이 깃든 그대에게
웃음이라도 들려주고 싶었지만
그대의 긴 그림자처럼 어둠에 갇혀 사는
슬픔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안타까운 날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곁에 머물러 있었는데도
곁에 있는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는 그대이기에
차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 어떤 날에
가슴이 가만가만 무너지는 날이 있습니다.

햇살 맑은 가을날
새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어 하던 그대가
국화꽃잎 져서 땅에 내려앉으면
그대가 멀리 간 것도 아닌데
한없이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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