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섣달 그믐의 저녁 단상’ 최명숙
섣달 그믐밤의 어둠이 깊다
창가에는 아직 마른 국화꽃이 걸려있고
책상 위에는 완성하지 못한 시 한편이 놓여 있다
한 살을 더할 인생의 나이테를 단단히 하지 못하고
미완으로 맺을 일년의 저녁
본래의 작은 나를 돌아본다
비록 작은 나였을지라도
여리고 착한 이들과
더불어 온 날들은 살만한 날이었다.
서로에게 눈과 귀, 다리가 되어
동행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다 나누어주지 못한 사랑과 희망을
가는 해의 말미에서
새해의 첫 새벽을 밝힐 등불로 밝힌다
목숨 다하는 날끼지 미완으로 남을
섣달 그믐의 저녁일지 모르나
희망으로 짠 새 옷 한 벌 갈아입고
밝아오는 새해의 문으로 들어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