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검찰 환골탈태 절실…차기정부 ‘민간인 사찰’ 규명해야
민간인을 사찰하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지원관실) 직원들의 입을 막기 위해 뿌린 돈의 일부가 이현동 국세청장에게서 나왔고, 이런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이 청장을 서면조사하고도 재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겨레신문은 단독으로 12월 6일자 1면에 실었다. 또 10면과 11면에는 한겨레신문이 입수한 민간인사찰 재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은폐 조직적 개입 의혹과 검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한 내용을 머리기사로 올렸다.
민간인 사찰 재수사 기록 중 진경락(45·수감중) 당시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문서와 최종석(42·수감중)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의 검찰 조서 진술을 보면 ‘최 행정관이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주는 500만원과 이현동 청장이 주는 100만원을 진 과장에게 건네주었다’고 했다.
또 이상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작년 7월~11월 진 과장 등에게 수차례에 걸쳐 3400만~35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는데 그 이유를 “사찰의 진실을 까발리고 폭로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비서관은 이 밖에도 “당시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진 과장을 만나는 것과 또 돈을 건넨 사실을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진술은 당시 민간인 사찰 문제가 쟁점이 될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가 입막음을 위해 조직적으로 분주하게 움직였음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이 비서관의 범인 도피를 위한 범죄 의사 실토나 다름없는 이런 진술을 확보하고도 검찰은 이 비서관을 참고인 조사 시늉만 하고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또 검찰은 이 비서관이 진 과장 등에게 입단속용으로 뿌린 돈의 출처도 제대로 추궁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수사했다.
한편 진 과장이 작성한 문건에는 ‘上’ ‘VIP’ 같은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하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도 두 차례의 검찰 수사는 스스로 몸통이라고 거짓 자백한 이영호 비서관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서 멈춰, 그 ‘윗선’에는 오르지 못하고 결국 뒷말만 무성하고 몸통을 제대로 못 밝힌 채 미완으로 남았다.
수만 쪽의 재수사 기록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라인이 지원관실 활동에 개입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조차 없었다고 한다. 검찰의 수사 의지가 얼마나 빈약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60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최태원 SK회장에 대해 양형기준에 따라 적용한 징역 7년의 구형량을 징역 4년으로 ‘봐주기 구형’하라고 검찰 총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고, 8억원이 넘는 검찰 사상 최대 수뢰 혐의를 받은 김광준 검사 구속 수사 처리 과정에서, 이것이 하나의 도화선이 되어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정면충돌하여 양쪽이 함께 물러나는 검찰 사상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또 최근 한 달 사이에 검찰 사상 최대 수뢰, 피의자와 성관계, 사건관계자로부터 향응을 제공 받은 검사에 이어 총장 퇴임식이 열린 지난 3일에는 피의자에게 매형을 변호인으로 소개한 의혹을 받고 있는 ‘브로커 검사’까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렇게 검찰 조직이 총체적 파탄에 빠진 것은 정치 검사들을 줄세워 요직에 앉혀 비리 권력을 제대로 도려내지 못하고 정권의 보위기구로 삼은 탓에 빚어진 ‘MB검찰’의 예견된 붕괴로 볼 수 있다.
재수사 기록에는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 사찰을 비선으로 지휘한 이영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서 수시로 독대 보고를 받았으며 이 조직을 비호해 주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이 이랬다면 사태가 심각해도 너~무 심각하다.
또 민간인 사찰 사건이 폭로된 뒤 이상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검찰 진술은 대통령을 보호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청와대, 총리실은 물론 국세청까지 동원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고, 수사 발표 때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수사할 의지가 없었거나, 외부 압력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게 한다.
검사들의 잇단 비리 연루와 정치 검사들에 의해 빚어진 검찰 조직 내의 권력 다툼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검찰의 고강도 개혁은 다음 정부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가 되었고, 여야 후보는 앞다퉈 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 공약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정치 검찰을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그 동안 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사하지 못했던 사안들을 다시 수사하여 권력이 덮었던 것들을 온 천하에 공개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민간인 사찰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명백한 인권유린과 권력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이 규명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