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오케이어학당 김유순 교장 “10년 후 상상만 해도 행복…분교 교장도 여럿 나올 것”
“2021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한국 수송작전명인 ‘미라클’에서 차용했습니다. 탈레반 정권 하에서 위험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구출해 온 미라클 작전의 의미는 ‘우리는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였지요. 미라클오케이 어학당 또한 대한민국을 찾아온 어떤 이방인도, 그가 유학생이든 결혼이주민이든 이주노동자든 차별 없이 친구로 맞이해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돕고, 그들이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겠다는 각오입니다.”
김유순 대표는 ‘미라클오케이 어학당’이란 이름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시아엔>은 2년 채 안 되는 기간 서울 서초구 본부와 경기도 김포와 포천에서 이주 외국 노동자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며 많은 결실을 맺고 있는 미라클오케이 어학당을 취재했다. 이를 통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어학당은 설립 동기부터 운영, 참여 교사 등 스탭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진실하고 성실하게 외국인들을 내 형제자매처럼 대한다는 사실이다.
<아시아엔>은 미라클어학당의 산파역이자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유순 교장선생님을 인터뷰했다
-개교 후 중요한 사건 몇 가지 기억나는 대로 말씀해달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름 그대로 기적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EBS에서 우리 학교의 교육 커리큘럼을 소개해주고, 기업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에 주목한 경기도와 포천시가 우리 학교를 공식 외국인 교육기관으로 선정했다. 김포시와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아프가니스탄 가족 중 어린 남자아이 둘이서 심한 장난을 하여 경찰서에 호출된 적이 있었다. 이때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정을 돕는 여러 기관이 있었는데 아이들 어머니가 제일 먼저 우리 학교에 늦은 밤 연락을 해왔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이슬람문화권 사람들이 위기의 순간에 우리 학교 선생님을 기억해냈다는 사실은 교장으로서 너무 고맙고 기뻤다. 이번엔 포천 어학당에서 매주 토요일 공부하는 여성 이주노동자 얘기다. 한국에 온 지 10년 지나도록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면서 한국 친구도 없었는데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공부하는 걸 너무 좋아하더라. 세 번째는 서초어학당은 주로 유학생들 학업을 돕고 있는데 아프가니스탄 가족 중 국내 여자대학에 입학한 학습자가 같은 대학 재학 중인 우리 학교 자원봉사 선생님과 친구가 돼 매우 활기찬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소소한 스토리들이 사실 교장으로서 내겐 크나큰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학교의 존립이유라고 생각한다.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또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10년 후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우선은 우리 학교를 거쳐 간 학습자 일부는 본국으로 돌아가 미라클오케이 어학당 분교의 교장선생님이 되어 있으면 참 좋겠다.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10년 후, 우리나라에 잘 안착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미라클오케이 어학당은 공식적으로 2022년 개교하였지만 준비 기간은 거의 10년에 가깝다. 그동안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적인 한국어 교사들이 꾸준히 양성되었고 교육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헌신적인 선생님들이 함께 준비해왔다.”
-한국어 교육 외에도 다른 프로그램이 많다고 하는데.
“앞에서 잠깐 말했듯이 10년 후면 지역 특성을 살린 미라클오케이 어학당이 대한민국 각 지역과 국내 대학교를 넘어 전 세계에 퍼져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미 ‘찾아가는 캠퍼스 어학당 프로젝트’와 청소년을 위한 ‘시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미라클 다문화 어워드 프로젝트’를 통해 문학·문화·예술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베트남 하노이대학교와 중국의 북경대학교,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대학교 등과 교류를 시작했다. 한중 양국 학생이 참여한 뮤지컬 공연과 국내 아프리카 유학생과 아프리카 7개국 대사들이 직접 참여한 여성의날 컨퍼런스 등도 미라클어학당 개교 이후 진행한 프로그램들이다.“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첫째는 학습자 중심의 찾아가는 어학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일과 후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저녁과 주말을 반납한 선생님들의 헌신을 볼 때마다 교장으로서 미안한 맘이 너무 크다. 둘째로 더욱 죄송한 것은 기부금으로만 김포, 서초, 포천어학당을 운영하느라 선생님들이 무료봉사를 해주시는 점이다. 향후 10년 후에는 선생님들에게 그리고 학교를 위해서 기여하는 모든 분들에게 노력에 상응하는 보수 등 보답할 수 있기를 교장으로서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다.”
-서울, 포천, 김포 이외 지역에 미라클오케이 어학당을 확장할 계획은? 그 시기는 언제쯤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미라클오케이 어학당의 영토는 전 세계 237개 나라다. 전 세계에 미라클오케이 어학당이 세워지는 시기는 확정할 수 없지만 그 취지만은 분명하다. 우리 학교의 교육이념대로 다문화의 경계를 넘는 진리 베리타스, 헌신적인 사랑 아가페, 매력적인 후대를 길러내는 카리스는 전 세계를 아름답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가장 가까운 계획으로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상징일 뿐 아니라 해외 입양인은 물론 많은 여행객들이 오가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미라클오케이 어학당을 세우는 것이다. 우리 땅을 밟는 여행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문화와 한국어를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세우는 것이 우리 학교의 단기간 절실한 목표다. 우리 학교의 뜻이 정부는 물론 서울시에도 전해져 우리 학교만이 가진 지역특성화 한국어 교육프로젝트가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빛을 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며, 이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있나?
“우리 학교는 비영리단체다. 백 퍼센트 기부자의 후원금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설립이 얼마 안되다 보니 재정상 어려움이 있지만 부패하고 타락한 몇몇 구호기관들을 반면교사 삼아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것이 교장으로서의 결심이다. 이같은 첫마음이 변하지 않고, 진실하고 성실하게 우리 학교가 운영된다면 반드시 학교 이름 그대로 기적이 일어나리라 확신한다. 지금까지도 기적의 연속이었기에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는다. 재원 마련을 위한 어떤 계획이나 실행은 현재로서 없는 상태다. 다만 미래 다양체 사회를 꿈꾸는 우리 학교의 후원자들이 재정적 축복을 받아서 그에 따라 우리 미라클오케이 어학당의 영토가 확장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기적이란 성실하게 준비하는 이들에게 일어난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준비 안된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요행일 뿐이다. 기적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만, 요행은 허무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