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봄길’ 최명숙
햇살이 아주 고와서
참을 수 없이 봄길로 나서고 싶은 날
온종일 소란스러이 오고가며 기웃대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가고 싶은 날
그런 날이 있다.
봄비 온 뒤에 들길을 나서면
백리길 매화나무길
구름인양 하늘로 하늘로 피어오르고
보리밭 이랑마다 봄바람이 물결치면
홍매화가 홍조 띤 얼굴에 미소를 담고
들뜬 가슴이 열리는 날이 있다
햇살이 눈 부셔서
봄길을 따라서 서성이고 싶은 날
살아있음이 전율처럼 밀려와
금줄인양 흔들리는 수양버들과
은밀한 춤을 추고 싶은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