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의 추억속으로] 그대가 그럴 때가 있다

비 오는 밤 호젓한 빗소리처럼
사람들 속에서 그대 목소리 도란거릴 때
문득 세월의 옷깃을 세우는
그대가 비에 젖을 때가 있다

수첩의 장마다 빼곡히 적힌 이름들이
빗물에 번진 글씨처럼 흔적으로 남을 때
비 젖은 머릿결 쓸어 올리는
그대가 점점이 흩어질 때가 있다

미워하고 마음 졸이며 남루로 눈물겹던
세월이야 지나면 그만이라고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날이 오늘이어도
무심한 그대가 따스할 때가 있다

*사진들은 시인이 홍릉수목원 산책길에 만난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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