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목월木月 선생’ 이시영
성심여고 후문에서 산천동 깔그막 용산성당 올라가는 길, 누가 뒤에서 “이 군!” 하고 불렀다.
돌아보니 키 큰 목월 선생이 거기 서 계셨다. “이 군, 시는 그렇게 쓰면 안 된데이.” 반가움에 왈칵 달려갔더니 선생은 안 계시고 웬 낯선 청노루힐빌라.
전차 종점 가까운 원효로4가, 낡은 제과점 봉투를 든 선생께서 길을 건너고 계셨다. “선생님!” 하고 불렀더니 돌아서시며 “이 군인가? 들어가제이”. 거기서 가까운 낡은 2층 목조 적산가옥. 삐걱이는 계단을 올라 다다미방에 앉으며 말씀하셨지. “이 군, 시는 그렇게 쓰면 안 된데이.” 지난주 드린 시에 일일이 붉은 밑줄 친 노트를 돌려주며 하시던 말씀.
오늘도 산천동 그 고갯길 오르며 문득 돌아본다. “이 군!” 하며 부르는 소리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