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다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영유

한 해가 저문다
영광과 실패,
자랑 또는 상처와 굴욕
어설픈 좌절과 욕망으로 지친
한 해가 저문다

한입 가득 해를 베어 물고
나의 내부로부터 자라온 신산한
이상을 잠재우고, 속이 허전한
벌판 너머 해가, 해가
다시 저문다

이제, 모든 시간으로부터 벗어나
여기까지 이끌고 온
혹은, 이끌려 온
짐을,
짐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넋을 내려놓아야 한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시간들을 용서해야 한다
알고 저지른 모든 허물들도
용서해야 한다
알지 못하고 저지른 잘못들도
용서해야만 한다

분노와 슬픔, 비난으로 얼룩졌던 모든
상처들도
어루만져야 한다
용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해가 저문다
저무는 것이 순리라면
다시 떠오르는 것은 희망이다
西로 향한, 크게 벌린 두 팔을
등 뒤로,
黎明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려야 한다

잘 다니지 않는 길을 향하여,
우울과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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