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진정 모르겠습니다’ 최명숙
이래도 그르다 저래도 그르다
무엇이 그른 건지 모르겠지만
왼쪽에 사람들이 그른가 했습니다
이것도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무엇이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오른쪽 사람들이 아닌 건가 했습니다
이 자린 오지 마
저 자린 더욱 가지 마
이리 서 있는데 누구의 자리인가 몰라 하다가
앞서간 사람들의 자리도 아닌가 했습니다
여기도 안 보여 저기도 안 보여
세상이 온통 안 보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뒤에 오는 사람들이 안 보이는 건가 했습니다
그르고
아니고
갈 곳 없고
안 보이는 그 세상은
도대체 어느 세상인가 진정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