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품종 개량된 선악과

창세기 6장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창 6:2)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 흠뻑 빠졌습니다. 가인의 후예들이 일구어 낸 세련됨과 번영은 하나님의 아들들조차도 매료될 만큼 화려했습니다. 마치 네팔의 시골 청년이 라스베가스의 밤을 경험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장면은 에덴의 기억을 소환합니다.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창 3:6)

아담과 하와로 끝난 줄만 알았던 선악과 사건이 그들의 후손들에게서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선악과 맛을 본 인간이 선악과 품종 개량과 재배에 뛰어든 것입니다. 가인이 쌓은 성은 선악과 재배를 위한 하우스였습니다. 선악과 나무는 인간의 죄성이라는 음지에서 욕망을 양분 삼아 자랍니다. 그 열매는 음지에서 열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탐스럽습니다.

허영의 바람을 타고 퍼진 선악과의 씨앗이 이 시대에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열매를 맺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 열매 맛 한 번 보겠다며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을 적절하게 달래주는 열매가 예쁜 포장지에 담겨 멋지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그것을 마주하며 삽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선악과의 성분 분석표를 보는 것과도 같습니다. 탐스러운 빛깔과 매혹적인 포장에 속지 않도록, 그 안에 숨겨진 독성을 분별하는 눈을 기르는 일입니다. 오직 성경에만 선악과의 원산지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교묘하게 가려 둔 경고문을 우리는 성경에서만 똑똑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창 6:3)

무서운 경고입니다. 호흡곤란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기도 폐쇄가 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생기(영)를 호흡해야 인간다울 수 있도록 창조된 인간이(창 2:7) 숨이 막히게 되는 것입니다. 선악과를 먹고 숨이 막힌 인간은 숨 막히는 세상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런 이 세상에 예수님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숨 쉬게 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들을 향하사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요 20:22)

미켈란젤로가 1509년 그린 ‘타락과 낙원에서의 추방’(The fall and expulsion from paradise)을 보면 선악과가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 존 밀턴이 17세기 <실락원>을 쓴 뒤에야 선악과는 사과로 묘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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