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언어가 세상을 규정하다



창세기 1장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세상은 언어의 결과물입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셔서 천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성경은 존재의 시작이 언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어가 존재를 빚었다는 것입니다. 창조란 하나님의 언어가 만물의 존재를 규정한 사건입니다.

이 언어는 단순히 소리와 문자와 의미의 조합이 아닙니다. 기호학적 언어는 언어의 외피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말씀’으로 표현된 언어는 훨씬 더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로고스(Logos)는 단순히 말이나 개념을 넘어, 우주의 본질과 질서를 이루는 원리이자 존재 그 자체입니다. 사도 요한은 이 로고스가 하나님과 함께 있었고, 하나님이셨으며, 모든 창조는 그로 말미암아 이루어졌다고 선언합니다(요 1:1-4).

하이데거의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통찰이나,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라는 선언은 하나님이 세상을 말씀으로 창조하셨다는 성경의 진리와 흥미롭게 상응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말의 위력을 이야기하는 속담이나 격언은 거의 모든 나라와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말씀으로 창조된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적 지혜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천지를 만드셨는데, 인간은 어떨까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 또한 말을 가지고 세상을 만들어 가는 존재입니다.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가 자녀의 인격과 세계관을 형성합니다. 악성 댓글은 누군가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고, 어릴 적에 들은 몇 마디 말의 감옥 속에서 십수 년을 갇혀 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치 권력을 잡은 이들이 언론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우리 사회가 말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인간이 컴퓨터 언어를 가지고 만들어 놓은 가상 현실을 이제는 그저 ‘가짜’라고 치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언어로 짜인 구조물 속에서 수많은 말들이 만들어 놓은 복잡한 현실을 경험하며 삽니다. 말은 외적인 환경을 만들 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인격과 가치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말을 듣고 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어떤 말을 하고 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언어가 내 존재와 인격을 빚어 가시게끔 하는 일이고, 성경 말씀을 따라 산다는 것은 말씀으로 세상을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계속적 창조 사역에 동참하는 일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은 영이요 생명이라”(요 6:63)

언어는 단순히 소리와 문자와 의미의 조합이 아닙니다. 기호학적 언어는 언어의 외피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말씀’으로 표현된 언어는 훨씬 더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로고스(Logos)는 단순히 말이나 개념을 넘어, 우주의 본질과 질서를 이루는 원리이자 존재 그 자체입니다. 사도 요한은 이 로고스가 하나님과 함께 있었고, 하나님이셨으며, 모든 창조는 그로 말미암아 이루어졌다고 선언합니다(요 1:1-4).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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