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역사의 마지막 출애굽
요한계시록 8장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와서 땅에 쏟아지매 땅의 삼분의 일이 타 버리고 수목의 삼분의 일도 타 버리고 각종 푸른 풀도 타버렸더라”(계 8:7)
요한계시록에는 구약성경 곳곳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정말 많습니다. 마치 멘델스존에서 바흐가, 쇼팽에서 모차르트가, 브람스에서 베토벤이 들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도 요한이 보았던 환상은 난생 처음 본 것들이었을까요? 그는 어딘가 익숙한 장면을 환상 속에서 보았습니다. 바로 구약성경에서 읽었던 내용이 눈앞에 펼쳐졌던 것입니다. 계시록에는 출애굽기, 이사야, 에스겔, 다니엘 등에 나왔던 장면들이 묘하게 뒤섞이고 겹쳐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구약성경을 가장 많이 인용한 신약성경입니다. 구약의 내용을 암시하거나 구약의 구절을 반복한 부분이 250여 곳에 달합니다. 거의 구약성경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계시록 8장에 나오는 재앙들은 출애굽기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또한, 계시록의 구조는 출애굽기의 서사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박해 속에 있는 성도와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요청으로 시작되는 계시록은 세 차례의 일곱 재앙을 지나 최후 심판과 악한 세력의 멸망으로 이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은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새 성전이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장엄한 장면으로 절정을 이룹니다.
출애굽기 역시 파라오의 박해로 인해 신음하는 히브리인들에게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말씀하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열 가지 재앙을 통해 애굽은 초토화되고, 파라오의 군대는 홍해에서 심판을 받아 멸망합니다. 이후 출애굽기 후반부는 성막에 대한 상세한 서술로 채워지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하나님의 영광이 성막에 임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특히, 계시록에서 구원받은 성도들이 어린 양의 이름으로 이마에 인침을 받는 장면은 출애굽기에서 유월절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는 사건과 깊은 연관성을 지닙니다. 박해 가운데 있었던 1세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계시록은 어떻게 읽혔을까요? ‘출애굽기 시즌 2’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계시록은 역사의 마지막 출애굽을 예언하는 책입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구약시대에도, 로마시대에도, 오늘날에도 카이사르적 통치 질서 아래 있는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시는 일입니다.
이 시대 인류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카이사르적 질서는 무엇일까요? 카이사르에 대한 심판과 성도에 대한 구원은 지금도 역사 속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주적 종말에 하나님의 백성들은 홍해를 건너 축제를 벌이게 될 것입니다. 유리 바닷가에서 모세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성전 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