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 봄의 길목 ‘청량사’
몇 년 만에 청랑사에 올랐다
눈 내린 산사에 수만 개 별빛이 흐르는 밤이다
수십 계단 올라 계단이 끝나는 곳에
푸른 소나무 한 그루 서서
소의 눈을 하고 뻐끔뻐끔 인사를 한다.
유리보전 안 약사여래는 닥종이가 아니고
수십 겹 붙이고 붙인 비단이래
워낭소리 노부부는 죽었는지 소식이 없다고 말을 하다 말고
우수수 어깨 위의 눈을 턴다
오층석탑 위에는 반달이 내려앉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은 모양을 하고 서쪽으로 가려 하고
법당에서 나온 스님은
다 그런 거지 제 맘대로 되는 게
얼마나 있을라고 하며 중얼거리다
합장을 했다
찻물 내리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
이래서 데리고 온 상념들이
별빛과 달빛 사이에서 온 도량에서
이리저리 부딪고 다니는 소리
간혹 들려오는 밤새소리
소나무 서 있는 밖은 어둠만 가득 쌓여갔다
어느새 별도 보이질 않고 달도 가고
다시 눈이 내렸다
소나무도 눈 속에 묻혀갔다
밤은 눈 속에 하얘지다
아래로 가는 길을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