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전국 사찰 88곳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해 보니
우리의 사회환경이 ‘장애인등편의법’(정식명칭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편의시설의 의무 설치 등 장애인을 배려하는 구조로 바뀜에 따라 사찰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사회에는 아직도 “사찰은 편의시설 등을 갖추지 않아 불편하고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없다”는 인식이 커 장애인의 불교 접근성이 제한받고 있다. 많은 사찰이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져 장애인이 전통 문화재를 돌아보면서 법당 참배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고 있으면서도 홍보가 잘 안 돼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접근하기 쉬운 환경을 갖춘 사찰을 파악해 장애인과 그 가족 및 장애인단체, 사회복지단체, 지역사회 등 사회 전반에 알릴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사)보리수아래는 2022년 2월말부터 사업계획을 세우고 장애회원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편의시설 답사 및 조사요원 1~3명이 팀을 구성, 전국 사찰 88곳을 방문 조사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사찰을 방문하면서 실제로 느끼는 사찰의 편의시설을 조사함으로써 일반적인 법적 기준보다는 실제로 느끼는 체감만족도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문화재가 많은 전통사찰은 대부분 경내로 들어가는 주출입로와 경내의 경사로, 장애인화장실, 장애인주차구역 등이 대부분 설치되어 있다. 또 사찰 내 박물관, 전통찻집 등은 장애인 접근권이 더욱 용이하게 되어 있었다. 전통문화유산이 많은 사찰은 문화재보호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편의시설 설치가 어렵지만, 문화재를 돌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잘 갖추어져 대도시의 고궁과 별 차이가 없었다.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사찰은 주출입로 접근이 용이하고 자동문과 엘리베이터가 있고, 법당 대부분 턱이 없었다. 장애인전용주차장 설치 비율도 높다. 사찰 내부에 장애인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각층별 전각의 접근이 용이하고, 복도 및 통로에는 핸드레일과 유도블록 등도 설치되어 있다. 현대식 사찰의 경우 대부분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권이 좋으며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법정 기준에 맞추어 건축되어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도심에 많이 늘어가고 있는 포교원이나 선원은 ‘무장애 사찰’이라고 할 만큼 시설이 좋았다.
이번 조사를 하면서 한계도 몇 가지 있었다. 사찰장애인 접근권 중 장애인들이 실제로 사찰을 이용하는데 이동과 시설이용의 편리 측면에서의 주출입구 접근로, 주출입구, 높이 차이, 내부시설(출입구, 계단 또는 승강기 등), 화장실, 기타시설로 국한하여 실제 이용에 따른 체감도 중심으로 조사한 까닭에 편의시설 전체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법정 장애 유형은 15가지로 분류되어 있는데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동성에 어려움이 많은 뇌병변장애와 지체장애인이 참여했기에 전체 장애로 적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인 관련법을 근거하기 보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답사 조사를 중심으로 하였기에 법에 근거한 조사와 실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 사찰이 장애인들이 추천하거나 가고 싶은 절이어서 장애인들의 직접 조사를 통해 사찰의 편의시설이 주는 만족도와 편리한 시설, 불편한 시설, 편의시설이 신행에 미치는 영향과 사찰에 대한 만족도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 장애인의 이동권이 중요시되고 의무화되어 개선돼가는 이 시대에 장애인이 가기 좋은 절을 조사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불교계 전체에서 사찰 내 편의시설 설치에 세심한 관심을 두고 사찰 내에 체계적인 장애인 안내가 이루어지고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과 인식개선이 좀더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