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기 위해 천년을 기다렸습니다 뻘밭에 그리움 묻고 하루씩 몸 삭혔습니다 드디어 독향들 다 빠져나가 은은해진 향기 외줄기 향연香煙은 당신을 위해 타오릅니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천년을 기다렸습니다 뻘밭에 그리움 묻고 하루씩 몸 삭혔습니다 드디어 독향들 다 빠져나가 은은해진 향기 외줄기 향연香煙은 당신을 위해 타오릅니다
깍깍깍 아침부터 까치가 울어댑니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따뜻합니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꽃소식이 무성합니다 내일은 마른 땅 적셔줄 봄비가 온답니다
러시아의 포격으로 화염이 솟고 건물이 무너진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떠나는 아빠는 어린 딸을 안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차마 포옹을 풀지 못한 연인들은 오래오래 눈물만 흘립니다. 오, 이럴
설악산에서 사십오년 지게만 진 임기종씨 장애인 아내와 살면서 일억 넘게 기부했다 품삯은 한번 올라갈 때마다 팔천원 남짓 따져보니 만번도 넘게 지게질한 값이었다
앙상한 나뭇가지 끝 생바람 지나가는 풍경 차갑다 벌레 한 마리 울지 않는 침묵의 시간 물소리도 오그라든 얼음장 밑 숨죽인 겨울 적막 깊다 참고 더 기다려야
우둠지 영하 추위에도 하늘 향해 가지 뻗은 우둠지 새봄 오면 이파리 틔울 예정이다
생살 에듯 찬바람 날카로운 겨울밤 마당 한켠 고욤나무에 날아오던 작은 새들 어디에 오그려 앉아 이 추위 견디고 있을까 보일러 온도 높이고 이불속으로 들어가다 다시 일어나
붕어빵 굽던 할아버지 리어카에 광고를 써붙였다 농기구 사고로 입원 중입니다 곧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할머니는 얼마나 근심할까 다시 나올 수는 있을까 내일부터는 추워진다는데 이저런 근심 깊은
아침산보를 나갔더니 찬이슬이 발목을 적셨습니다 내내 푸르던 나뭇잎도 어느새 수굿수굿해졌습니다 지나간 여름날보다 다가올 겨울을 채비하는 계절 이 서늘한 오늘을 당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요 ‘가을 안부’는
흙이 삼 할 나머지는 바위로 된 산 품에는 두꺼비와 구렁이가 함께 산다 눈보라 몰아칠 때는 혼자 울기도 하는 큰 산
더울 때 있으면 시원할 때 있겠지 어려울 때 있으면 좋을 때 있겠지 천지간 운수 바뀌는 오늘이 바로 그날 *홍사성 시인은 24절기를 시로 표현해 아시아엔에 기고하고
기승을 부리던 노염(老炎)도 한풀 꺾였다 여름내 날뛰던 모기는 턱이 빠졌다 흰 구름 끊어진 곳마다 높아진 푸른산 먼 길 나그네 또 한 굽이 넘어간다 *홍사성 시인은
입추(立秋) 마지막 불볕 등짝 지져대는 한낮 삼복더위 견뎌낸 푸른 나락 익어간다 짝짓기 기다리는 쓰르라미소리에 시금털털 햇과일은 은근하게 맛드는 중 내일부터는 잃었던 웃음 보여주라고 겨드랑이 밑으로
찜통 속에 애호박 넣은 듯 흐물거리는 한낮 나무기둥 부러뜨리는 염소뿔도 녹아내리는 중 나 대신 더워줄 사람 천지사방 어디에도 없으니 더운 땀 한 말 쯤 쏟아도
낮도 절반이고 밤도 절반입니다 사랑도 절반이고 미움도 절반입니다 이제는 당신쪽으로 더 많이 기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