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속에 애호박 넣은 듯 흐물거리는 한낮 나무기둥 부러뜨리는 염소뿔도 녹아내리는 중 나 대신 더워줄 사람 천지사방 어디에도 없으니 더운 땀 한 말 쯤 쏟아도
Author: 홍사성
[오늘의 시] ‘춘분’ 홍사성
낮도 절반이고 밤도 절반입니다 사랑도 절반이고 미움도 절반입니다 이제는 당신쪽으로 더 많이 기울겠습니다
[오늘의 시] ‘경칩 편지’ 홍사성
들녘에 나갔더니 얼었던 땅이 들썩거리오 무엇에 놀랐는지 개구리들이 꽈르륵대오 시내물은 졸졸졸 여기저기 도롱뇽 알이오 속병에 좋다고 고로쇠물 받느라 법석이오 남녘에서 매화가 폈다는 소식이 당도했오 친구가
[오늘의 시] ‘우수'(雨水) 홍사성
버들개지 움터 재재대는 늦은 아침 물소리에 놀란 얼음장들 깍지 푼다 먼산 봉우리 덜 녹은 눈 아직 찬데 코끝 스치고가는 달달한 새봄 냄새
[오늘의 시] ‘소한'(小寒) 홍사성
얼음이 얼었다 얼굴이 얼은 듯 얼얼하다 누가 이 추위를 막아낼 수 있겠는가 청솔무도 눈감고 기다릴 뿐 속수무책 혹한 앞에서는 멋진 말 그거 진짜 가짜다
[오늘의 시] ‘땅끝마을에서’ 홍사성 “아무리 나쁜 일도 언젠가는”
아무리 좋은 일도 언젠가는 끝이 있다 아무리 나쁜 일도 언젠가는 끝이 있다 그리고 모든 시작은 그 끝에서 다시 시작된다
[오늘의 시] ‘대설(大雪)’ 홍사성
올 겨울에는 펑펑,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네 천지사방에 푹푹, 너댓자쯤 쌓였으면 좋겠네 한 열흘 꽁꽁, 발묶여 꼼짝 못했으면 좋겠네 그리운 사람 끙끙, 그리워 했으면 좋겠네
[오늘의 시] ‘소설’ 홍사성 “낙엽 다 지고 월동채비 끝나면…”
하늘은 낮고 바람 차다 왠지 첫눈이 올 것 같은 예감 그러나 문밖은 겨울비 김장독 덧집에 빗물 촉촉하다 낙엽 다 지고 월동채비 끝나면 위로 상봉 하자던
[오늘의 시] ’11월’ 홍사성
11월은 인디언 말로 모든 것이 다 사라지지 않은 달 아직은 내게도 꺼지지 않은 불씨 한 점 빨갛게 남아 있다
[오늘의 시] ‘입동’ 홍사성
[오늘의 시] ‘상강 무렵’ 홍사성
개울물 밤새 숨죽여 흐른 걸 보면 무슨 일 분명 있었던 거다 갈대가 온몸 서럽게 적신 걸 보면 울음이 목까지 차올랐던 거다 기러기 끼룩끼룩 날아가는 걸
[오늘의 시] ‘한로’ 홍사성 “가을볕 은근할 때 얼굴 보여주시라”
먼산에는 단풍꽃 강가에는 갈대꽃 산수유 눈물인듯 아침이슬 차갑다 들쥐도 하루하루 겨울채비 바쁜데 그대는 어찌해서 소식 한 줄 없는가 수줍은 코스모스 바람에 흔들리니 가을볕 은근할 때
[오늘의 시] 백로(白露) 홍사성
태풍 몇 지나가자 겨드랑이 서늘하다 풀벌레 울음소리 창문타고 넘어오는데 흰 이슬 무슨 뜻 있어 맺혀있는 초가을
[오늘의 시] ‘산이 산에게’ 홍사성
큰 산 작은 산이 어깨 걸고 살고 있다 작은 산은 큰 산을 병풍으로 두르고 큰 산은 너른 품으로 작은 산을 안고 꽃필 때면 큰 산이
[설악 조오현 2주기] “해골이야말로 우리의 본래 모습인 기라”
“스님은 위로는 국가 지도자로부터 시골 촌부에 이르기까지, 사상적으로는 좌우에 걸쳐 사람을 가리지 않고 교유했다. 때로는 가르치고 때로는 배웠으며 시대와 고락을 함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시인이기도